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편입됐다. 중국은 지난 10일 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함에 따라 세계 경제무대 중심부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개혁개방이 죽(竹)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었다면 WTO 가입은 그 장막을 뛰어넘어 세계로 가는 신호탄이다.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그 전방에 '중국식 자본주의'로 무장한 기업인들이 있다. 소프트웨어(SW) 개발 및 유통업체인 융유(用友)의 왕원징 사장(王文京.37). 10년 전 그는 친구에게 5만위안(1위안=약1백55원)을 빌려 융유를 설립했다. 누구도 이 'SW 천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가 지난 5월 중국을 놀라게 했다. 상하이(上海)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 주식이 액면가(1위안)보다 1백배나 높은 가격으로 뛴 것. 그는 포브스가 최근 선정한 중국부자 60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지금 '왕원징 신드롬'에 매료돼 너도나도 창업대열에 합류한다. '회사 차렸느냐(開公司了口馬)'라는 말이 최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하루 평균 8백90개의 민영기업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중국기업인들은 이제 눈을 세계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루관추(魯冠球.57) 완샹(萬相) 사장. 저장(浙江)성의 한 시골기업에 불과했던 완샹을 '세계 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자동차 부품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세계 첨단 제조기술을 수입,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 7개 자동차 메이커에 제품을 수출한다.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업체들도 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인 화천(華晨)그룹의 양룽(仰融) 사장. 그는 지난 92년 산하 화천자동차를 뉴욕증시에 상장, 중국기업의 뉴욕증시 상장 길을 열었다. 지난해 중국연통 중국석유 중국이통 중국해양석유 등 4개 업체가 양 사장이 닦아놓은 길을 달려 뉴욕증시로 갔다. 현재 런던 싱가포르 등에 상장된 중국업체는 20여개. 홍콩까지 치면 1백여개에 육박한다. 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 시장으로 달려가는 중국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