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추진한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버트 핀스트라 미국 UC데이비스 교수는 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제2차 아시아경제패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핀스트라 교수는 "빅딜은 경쟁 제한 등 부작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대기업그룹 내부의 수직적인 결합을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재벌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그룹은 사업 다각화보다 계열사간 수직적인 결합을 통해 더 큰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다"며 "지난 97년 발생한 외환위기도 한국 대기업들이 고도의 수직적 결합 형태를 갖춘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핀스트라 교수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그룹들은 계열사간 수직적인 결합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상품을 '대규모'로 생산.수출하는 구조가 됐고, 이에 따라 반도체 철강 등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벌의 부도가 이어지고 한국 경제마저 휘청이게 된다는 것.핀스트라 교수는 아울러 현대그룹 해체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업들도 내부적인 변혁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K그룹은 지난 98년 총수(고 최종현 회장)가 타계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고 LG그룹도 2003년까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려 한다"며 "이는 대기업그룹은 반드시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