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CDMA 핵심칩 독자개발을 서두르기로 한 것은 더이상 퀄컴의 우산아래에만 있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업체들은 지난 95년 퀄컴과 CDMA 원천기술 도입계약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퀄컴에 냈다. 퀄컴의 CDMA칩을 수입해 단말기에 채택할 경우 휴대폰 대당 국내 판매가의 5.25%(수출의 경우 5.75%)를 기술료로 갖다 바친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퀄컴이 중국 중흥통신과 CDMA 계약을 맺으면서 국내 기업에 약속한 '최혜 대우'를 어기고 훨씬 낮은 기술료율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퀄컴에 로열티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퀄컴은 중국식 로열티조건과 한국식 조건중 양자택일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해 국내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부와 업계단체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장서 퀄컴칩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칩 개발을 서둘러줄 것을 요구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퀄컴과의 관계를 의식해 CDMA칩 국산화에 삼성이 앞장서 달라는 외부압력에도 냉담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퀄컴이 이번 재협상에서 고자세로 나올 경우 삼성은 자체칩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미 2세대 이동전화인 IS-95B용 상용칩을 개발,일부 휴대폰에 채택하고 있으며 3세대인 CDMA2000 1x용 상용칩도 개발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제조기술과 통신기술 노하우를 살려 CDMA2000 1x 상용칩을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충분히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CDMA 핵심 상용칩 개발에 성공할 경우 퀄컴에 내야하는 로열티 수준은 지금보다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전세계에 1천만대 이상의 CDMA 휴대폰을 공급하는 최대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퀄컴은 최대 수익원인 삼성의 독자행보로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