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정기국회에서 추진키로 확정한 세제개편안은 오는 2003년 재정균형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및 기업체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목표아래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의 세율을 인하하고 180개에 달하는 세금감면규정중 3분의 1 가량인 59개 감면을 축소.폐지키로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기부양을 위한 미국식 감세정책이 아니라 기존 세제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내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배경 작년 연말부터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건설경기 부양을위한 양도세 감면, 기업의 설비투자 지원을 위한 세부담 경감,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 경감 등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또 미국에서 법인세 자체가 폐지되고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을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경쟁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전경련 등 재계로부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각종 기업 세부담 완화 건의가잇따랐다. 여기에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한 방안으로 1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들고 나옴에 따라 정부로서도 세제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됐다. 정부는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확대 등 과표 양성화에 따라 늘어난 세부담은 덜어줌과 동시에 각종 감면제도는 줄이는 등 과세체계를 선진국형으로 합리화하되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감세정책을 채택할 의사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여야 정책포럼에서 5조원 수준의 감세를 주장한 반면, 이번세제개편을 통해 줄어드는 세부담은 1조9천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월 세제발전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중.장기세제개편방향을 발표한 뒤 곧바로 올해 세제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세제개편 주요내용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봉급생활자에게 소득세 1조1천300억원과 주민세 1천130억원 등 1조2천430억원, 자영업자에 대해 소득세 4천600억원과 주민세 460억원등 5천60억원의 세부담을 줄여주고 기업체에 대한 각종 세부담 완화를 포함해 모두1조9천억원의 세부담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또 부동산 투기억제에 중점을 둔 `고세율.다감면' 구조의 양도소득세제를 `저세율.소감면'구조로 전환, 소득세로서의 당초 기능을 강화하고 부동산 거래에 따른 세부담은 세율 10% 인하를 통해 23%가량 감면해주기로 했다. 기업체에 대해서는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특별부가세(15%)와 초과유보소득과세(15%)를 폐지하고 법인세율은 일단 현행 16%와 28%의 세율을 유지키로 했다. 또 설비투자에 대해 법인세 등에서 투자액의 10%를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대상업종을 현행 22개 업종에서 30개 업종으로 늘리고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세액공제율을 현행 5%에서 10%로 늘림과 동시에 수도권 투자에 대해서도 공제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반면 규정이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없는 감면규정 180개중 59개를 축소 또는 폐지해 6천500억원 가량의 세수증대 효과를 거두기로 했다. 이와함께 소득세 과세방식을 현행 열거주의 과세방식에서 유형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주류구매전용카드 정착을 위해 유흥업소에 대한 특별소비세(20%)도한시적으로 2년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향후 전망 이번 세제개편안은 국민들이 낸 세금 총액을 GDP(국내총생산)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작년 수준인 22%에서 동결시키는 기조 아래 만들어졌다. 결국 내년에 국민들이내야 할 1인당 세부담도 지방세 포함 250만원대였던 올해 수준을 크게 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건전재정 복귀 목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중산.서민층과 기업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003년 건전재정 복귀 목표는 그러나 조세부담률이 확대되지 않는 가운데 공적자금 이자부담 등은 늘어나는 추세여서 달성이 만많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미국 등 세계경기의 회복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짐에 따라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분위기도 있어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세제개편안은 또 지난달 중순 여야 정책포럼 이후 한나라당이 줄곧 5조원 규모의 감세 주장을 견지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의 주장중 종합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의 인하가 반영되긴 했지만 2조원에 못미치는 세부담경감안으로 5조원 수준의 감세주장을 설득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지난번 여야정책포럼에서 현재 국회 심의중인 추경예산안과 감센횬?연계처리를 주장하면서 합의문 발표가 지연되고 두가지 논의가 아예 합의문에서 삭제됐던 사례가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