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룡 사장 > 자산관리공사(KAMCO)는 부실채권 매입.매각을 통해 기업.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기관.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금융기관에 자본을 투입한 뒤 지분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기관이라면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면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곳이다. 그동안 자산관리공사가 보여준 공적자금 회수 실적은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훌륭한 성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자산관리공사가 사들인 부실채권 규모는 모두 98조3천억원(채권액면가 기준). 공사는 이 가운데 특별채권을 중심으로 전체 부실채권의 절반규모인 47조4천억원 어치를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국체입찰을 통해 6조원 어치를 팔았고 7조2천억원 어치 채권에 대해서는 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을 통해 유동화시켰다. 이밖에 법원의 경매.공매를 이용하거나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통해 부실채권을 처리했다. 공사는 올해 21조5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등 총 64조7천억원의 잔존 부실채권(올해 인수계획분 15조2천억원 포함)을 오는 2004년까지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공사는 지난 3년여간의 부실채권 매각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9년 중국의 신달자산관리공사와 정보 공유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5개국 8개 부실채권정리기구와 협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서는 협약의 "내용"도 크게 좋아졌다. 과거에는 단순한 정보 교환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에는 부실채권 관련 컨설팅 업무로 협약의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4월에는 중국의 4대 부실자산정리기구의 하나인 화융자산관리공사와 1천5백억원 규모의 ABS발행을 자문해 주고 8억4천만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6월에는 중국의 장청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재무자문 가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9월께 본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자산관리공사는 장청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매각할 때 자산실사 및 분류작업 처분방법에 따른 거래구조 설계 투자자 발굴을 위한 마케팅 업무 등에 대해 자문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게 된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의 부실채권정리기구인 아르코(ARCO)사와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는데 성공해 거대 시장으로 부각될 러시아 부실채권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공사는 연내에 멕시코 말레이시아 슬로바키아 베트남 등의 부실채권정리기구와도 MOU를 체결해 공사의 부실채권 정리 기법과 시스템을 수출할 계획이다. 공사는 컨설팅 업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04년에는 해외 부실채권을 사들여 투자하는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투자 전문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