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자계의 시장지배력은 ] 외환위기 이후 국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4백50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제조업에 대한 외자계의 지배력은 가공할 수준으로 높아졌다. 철강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 업종에 걸쳐 외자계 파워는 "일취월장"하는 형국이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외자계는 석유화학 제지 전기전자 기계금속 등 16개 업종에서 평균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자계가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불과 4년만에 놀라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것은 외자계가 한국에 공장을 새로 세운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수십년간 독과점 구조를 형성해온 토종기업들을 통채로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생리대 종이기저귀 두루마리 화장지 등 위생용 종이제조업의 경우 미국 P&G가 쌍용제지를 인수하면서 외자계가 절대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유한 킴벌리의 모기업인 킴벌리-클라크와 쌍용제지의 모기업인 P&G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위생용 제지업체로서 국내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됐다. 알루미늄 압연에서는 대한알루미늄과 대한전선의 알루미늄 사업부문이 세계 최대의 업체인 캐나다 알칸에 매각됨으로써 국내 시장의 60%가 넘어갔다. 카본블랙에서는 LG화학의 단위 사업을 인수한 독일 데구사와 미국 콜롬비안 케미칼이 75% 출자한 콜롬비아 케미칼이 국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종묘산업에서도 외자계로 경영권이 넘어간 흥농종묘 서울종묘 중앙종묘 청원종묘 등이 6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정유사 역시 SK를 제외한 3대 정유사가 외자계로 탈바꿈했다. 현대정유는 아랍에미리트의 IPIC에, 옛 쌍용정유는 아람코에 각각 인수됐다. 또 독일 바스프가 한화바스프 효성바스프 동성화학 등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일본 미쓰이화학과 함께 국내 폴리우레탄(MDI)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브라운관 유리시장은 일본 아사히글라스에 인수된 한국전기초자와 미국 코닝사와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카메라(렌즈교환식)와 캠코드의 경우 소니 JVC 등 일본 판매법인들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비 부문에선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지게차와 굴삭기 사업부문을 각각 인수한 클라크와 볼보가 대우종합기계에 이어 국내 2위 업체로 부상했으며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업체인 미국 오티스가 사들인 LG산전의 엘리베이터 부문도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음료.주류 시장에서는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이 콜라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두산씨그램과 진로의 위스키사업이 해외에 매각됐고 OB맥주는 벨기에 인터브루와 합작을 하면서 50%의 지분을 넘겨주었다. 자동차 부품업체는 현대 모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중견업체들이 무차별적으로 매각됐다. 델파이는 대우기전과 합작으로 한국델파이를 설립했고 국내 최대업체였던 만도기계는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의 깁스, 독일의 와브코,스위스의 UBS캐피탈, 프랑스의 발레오 등 4개사에 의해 분할 매각되는 비운을 맞았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외자계가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에 기여한 측면은 평가돼야 하지만 주로 인수.합병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기술 이전이나 고용 창출 등 외자계 진출에 대한 일반적인 효과는 기대이하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