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가 4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년 2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5월에는 지난해 동기대비 26.6%나 줄어든 5억9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로써 5월말까지 신고된 외국인 투자는 54억7천만달러에 그쳐 금년 목표 1백50억달러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나마 5월말까지 실적에는 SK텔레콤 지분매각 29억6천만달러가 포함돼 있으나 최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실제 외자가 들어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5월말까지 외자유치 실적은 고작 25억달러에 불과한 셈이 된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3년간(98~2000년) 4백억달러나 유치돼 봇물을 이뤘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처럼 격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에서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분석대로 세계경기 침체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국내 요인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3년간 이뤄진 외자유치중 3백억달러가 신규투자(Green Field)가 아닌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M&A)이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상승한데다 자산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있었으나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환율이 제자리를 찾고 자산가격이 회복되면서 인수 매력이 그만큼 없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다가 인수 매력이 있는 물건은 이미 다 팔려 살만한 물건이 줄었다는 것도 외자유치가 격감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물론 민영화 대상인 공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눈독을 들일 만한 굵직굵직한 매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대우자동차, 서울은행, 현대투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외자유치는 지배구조, 인수 조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외자유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경제 환경이 이미 외국인이 제조업 중심의 신규 투자에 나서기에는 부적절하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임금 수준이 오를대로 올라 있어 최첨단 분야를 제외하고는 수익성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아 국내 기업들조차도 제조업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가 제품주기마저 단축되다 보니 과거와는 달리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금이 싼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는 대규모 인력 고용이 불가피한 분야여서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력적 노사관계에 익숙해 있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우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하에서 사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외자유치는 자본조달은 물론이고 선진 경영기법과 기술이전, 해외 마케팅 능력 확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실적은 경쟁 상대국들에 비해 아직 보잘 것 없다. GDP 대비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면에서 선진국의 절반 수준, 개도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정착하고 규제완화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