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의 선물거래를 추진하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D램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며 생산업체는 물론 주요 소비처인 PC업체들은 효율적인 헤지(hedge)를 위해 선물시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선물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천연가스 회사에서 1차상품 거래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엔론으로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D램 선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엔론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동안 선물시장에서 매주 평균 2만5천개의 D램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 전체 D램 시장 규모가 320억 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첫 출발인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 회사의 반도체사업부 관계자는 "D램 가격은 급등과 폭락의 사이클을 보이고 있다"면서 "완벽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먼 브러더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댄 나일스는 이에 대해 "모든 PC업체들이효과적인 헤지 수단을 확보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PC업체들이 D램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 넘기 때문이다. D램은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같은 생산업체와의 직거래나 현물시장을 통해서도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생산업체나 수요처들이 예상 외의 가격 변동에 대해 헤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선물시장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다. D램은 1차상품과 비슷한 가격 변동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품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선물거래 측면에서는 문제다. 이같은 단점은 매수 포지션을 갖고 있는 트레이더의 리스크를 더욱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나 컴팩 컴퓨터와 같은 주요 기업들에서는 D램 선물시장에 상당한 메리트가 있으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엔론의 노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컴팩의 잭 베이키 구매담당 부사장은 지난 몇년간 D램 가격 동향을 볼 때 아주 단기간에 50-100% 상승하는 때가 있었다면서 최근에 보는 것과 같은 가격 하락도 수요가 회복된다는 모종의 신호만 있으면 당장 반등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선물시장은 우리에게 시장 동향을 예측하고 리스크를 없애거나 혹은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D램이 선물거래 상품으로서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수용치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마이크론의 한 관계자도 D램의 생산기술 혁신으로 제품의 다양성은 앞으로 큰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물거래에 충분한 상품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엔론측은 에너지와 1차상품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 D램 제품의 다양성을극복할 수 있는 거래 방식과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엔론측은 그 한 예로 이미 인터넷 주파수 대역의 선물거래도 성공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엔론의 글로벌 반도체사업부의 케네스 왕 이사는 "우리는 우선 D램 선물거래가 친숙한 개념이 되도록 할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시장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거래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D램 선물시장이 성공하면 온갖 종류의 PC부품과 LCD(액정표시장치)로 거래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엔론측의 심산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