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일군 범(凡) 현대그룹(방계.상속 기업 포함)의 총 매출은 무려 1백30조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현대계열이 70조원, 현대자동차 그룹이 37조원, 현대정유 현대산업개발 KCC 등 방계그룹의 매출이 각각 13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제너럴 일렉트릭(GE, 1천1백억달러) 도요타(1천1백50억달러) IBM(8백70억달러) 폴크스바겐(8백억달러) 등 주요 업종에서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초우량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현대가 한국산업의 명실상부한 대표 ''브랜드''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사실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직계 자손들에게 분할 상속된 주요 계열사들은 정 명예회장이 생애에 걸쳐 직접 키운 기업들이다.

현대산업개발 현대정유 KCC 등 형제들이 갖고 있는 방계그룹들 역시 정 명예회장의 직.간접적인 노력과 수고가 투영된 기업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정 명예회장의 ''우산'' 아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게 중론이다.

정 명예회장이 초기 사업을 일으킬 때 가장 애착을 둔 기업은 물론 건설이었다.

지금은 부실 문제가 야기되면서 퇴색하긴 했지만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을 발판으로 현대산업개발 고려산업개발 등 굴지의 건설회사들을 키워냈고 그의 최대 치적중 하나인 대북 경협사업 활성화도 이끌어냈다.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관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 99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자라났다.

이어 작년에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킴으로써 질적인 측면에서도 독자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작년에 사상 최대 매출과 경상이익을 올리면서 정 명예회장이 닦아 놓은 ''명가의 전통''을 계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자동차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는 작년에 현대.기아차의 자동차부품 판매사업을 인수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관할 아래 있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조선업체로서 기술력이나 생산능력면에서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위탁경영 중인 삼호중공업을 합치면 현대중공업의 건조능력은 세계 전체시장의 40%에 육박할 정도다.

정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정세영씨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도급순위 5위권의 대형 건설업체로 민간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하는 등 탄탄한 영업력과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여섯째 동생인 정상영 회장이 80년대 중반 그룹에서 분가해 세운 KCC 그룹은 금강고려화학 금강종합개발 금강레저 고려시리카 등을 주요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건설화학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 계열사들을 분할 경영하는 과정에서 손자나 조카들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90년 작고한 넷째 아들 몽우씨의 장남 일선(32)씨는 삼미특수강 상무, 다섯째 동생으로 지난 62년 요절한 정신영씨의 아들 몽혁(41)씨는 현대정유 사장으로 각각 안배해 놓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