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외교가인 산리툰(三里屯)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암달러시장이 요즘 시들시들하다.

기자가 알고 있는 암달러 아주머니는 환율이 크게 떨어져 재미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지난 여름 한때 달러당 8.9위안까지 치솟았던 산리툰의 위안화 환율은 지금 8.4위안에 형성돼 있다.

그것도 단골에게나 달러당 8.4위안을 쳐주지 일반적으론 8.37위안에 바꿔준다고 한다.

공정환율(8.27위안)과 별 차이가 없다.

산리툰의 암달러가격이 낮아진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수만리 떨어진 광둥(廣東)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베이징 상하이(上海) 등 암시장에서 조달된 달러는 샤먼(廈門) 주하이(珠海) 등 광둥지역의 밀수업자 손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런데 요즘 중국정부가 이 지역에서 대대적인 밀수단속에 나서자 암달러수요가 급감했다.

그결과 산리툰의 암달러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최근 군대를 동원해 밀수현장을 급습하는가 하면 주모자는 가차없이 사형에 처하고 있다.

이달 초 밀수혐의를 받아온 샤먼의 기업인과 관리 14명이 무더기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언론은 중계방송하듯이 밀수단속현장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밀수단속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올 상반기 중국 관세징수액은 1천10억위안(1위안=약 1백3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35% 늘었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중국 수입액(1천6백31억달러)이 전년동기보다 38.7%나 늘어난 것도 밀수단속의 영향이었다.

밀수품이 정상적인 수입통계로 잡힌 것이다.

이같은 점을 들어 중국언론은 밀수단속이 외환거래 정상화,세수증대,교역질서 회복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밀수단속은 바다건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옌타이(煙台) 웨이하이(威海) 등의 세관당국이 한국 보따리상의 무역활동에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천경제에 주름살이 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제시스템이 제 모습을 갖추면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피해를 보는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