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회사채 부도율과 투자위험이 큰 정크본드의 유통수익률(금리)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신용경색 조짐이 완연해지고 있다.

USA투데이는 25일 최근 회사채 부도율이 5.1%로 예년 평균치인 3.5%를 크게 웃도는 등 미국경제에 불길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1천억달러로 지난 2년여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또 회사채의 하루거래규모도 연초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총 7천억달러에 이르는 정크본드(투자수익률이 높은 대신 부도위험성이 큰 저급 회사채)의 평균 유통수익률은 현재 연 13.53%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크본드의 ''위험도''를 말해주는 미국 재무부 채권과의 금리차(스프레드)는 7.77%포인트로 확대됐다.

이는 연초의 4.5%포인트에 비해 무려 50%이상 더 벌어진 것으로 지난 91년 3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심지어 정크본드의 4분의 1 가량은 스프레드가 1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같은 신용경색의 배경으로 △연준리(FRB)의 금리인상과 고유가 △철강 등 일부 산업의 과잉투자 △닷컴열풍과 증시활황의 후유증 등을 꼽고 있다.

지난 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이후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채권보유 규모를 줄여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요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문제는 채권시장의 신용경색이 주식시장의 침체와 함께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고유가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메릴린치의 채권분석가 마티 프리드슨은 "최근의 추세로 볼 때 앞으로 기업파산이 더욱 급격히 늘어나고 부실채권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가장 권위있는 채권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퍼시픽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윌리엄 그로스 사장은 "채권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미국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