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분가가 시작됐다.

현대는 23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부문 8개사를 계열에서 떼어내는 계열분리 신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현대가 오는 2003년까지 계열사군을 자동차 중공업 전자 건설 금융.서비스 등 5개 부문으로 분할하겠다고 밝혔던 그룹분할 구도가 실행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는 현대중공업도 오는 2002년 상반기까지 분할하겠다는 계획이어서 현대그룹의 핵분할은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는 자동차부문 계열분리 신청서에서 "현대자동차 등 8개사의 전문 핵심역량을 자동차산업에 집중해 범세계적인 경쟁에서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 독립경영 및 독자적인 기반 구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인식, 계열분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계열분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오는 9월1일 이후 제2창사 선언과 앞으로의 비전 발표 등을 통해 제조업 전문 소그룹으로의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 달라지는 현대그룹 =자동차 부문이 분리되면 현대그룹 계열사는 35개사에서 27개사로 줄게 된다.

인천제철과 인천제철 계열사인 삼표제작소도 공정위에 계열분리를 신청중이기 때문에 이들이 분리되면 계열사는 25개로 줄어들게 된다.

현대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말 89조9천1백36억원.

자동차부문을 제외하면 자산이 61조3천1백73억원으로 줄지만 작년말 기준 삼성그룹(67조3천8백40억원)보다는 여전히 많아 재계 1위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인천제철 등 2개사를 제외하면 자산이 58조8천4백억원으로 줄어들어 삼성그룹에 뒤지게 된다.

◆ 현대자동차 소그룹의 위상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정공 현대캐피탈 현대강관 등 8개사로 구성된다.

자동차 소그룹은 지난해말 현재 자산 규모가 28조5천9백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산 기준으로 지난해 재계순위 5위였던 한진그룹(20조7천7백억원)을 앞서는 것이다.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은 올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매년 4월 발표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소그룹은 내년에 재계 5위 그룹으로 공식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 현대자동차 소그룹의 향후 행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계열분리가 공식화되는 오는 9월초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은 오는 2010년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자동차 소그룹의 구체적 플랜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기아자동차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기 전략, e비즈니스 등 신사업 구상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위해 주니어보드 성격의 제2창사 기획단을 발족할 계획이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