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모든 부실을 말끔히 해소하고 "클린뱅크(건전은행)"로 만들기 위한 해법으로 "배드뱅크"(부실정리회사)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공적자금을 더 넣지 않고도 부실을 청소할 수 있는 묘안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 조흥 외환은행을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지주회사로 묶으면서 배드뱅크를 통해 부실을 정리할 방침이다.

이들 은행이 이달말 잠재부실을 드러내면 스스로 증자나 대손충당금 적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은행이 모든 부실을 배드뱅크로 넘기고 순차적으로 클린뱅크임을 선언하게 할 계획이다.

배드뱅크는 각 은행과 해외 유수 구조조정전문회사의 합작으로 설립되며 최고경영자(CEO)는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를 영입해 부실정리를 일임한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론스타 골드만삭스 등 해외 전문회사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면 부실청소에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각 은행은 배드뱅크의 지분을 갖고 나중에 이익을 배분받으면 부실채권의 회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배드뱅크는 각 은행의 부실을 장부가가 아닌 싯가로 산다.

사들인 부실채권을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의 형태로 가공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되파는 역할을 맡는다.

싯가로 매입하므로 부실채권이라도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자산관리공사가 구조조정 초기에 해온 일과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막대한 부실채권 매각손실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 주가는 지금처럼 부실규모가 불투명한데도 무조건 괜찮다고 할때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스스로 유상증자나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후순위채 발행도 가능해진다.

자본확충에 성공한다면 공적자금을 더 넣지 않고도 정상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