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위기론이 진정되는 가운데 기업자금난이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나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자금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또다시 금융불안이 조성되고 자칫 위기론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장관들이 25일 오전 긴급간담회를 갖은 것도 시장상황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구상중인 대책의 골자는 금융불안 요인들에 대한 정부 입장을 6월말까지 투명하게 밝힌다는 것이다.

<> 6월말까지 은행합병 구도 그린다 =은행과 종금 등 금융권의 잠재부실을 6월말까지 조사해 공개한다.

필요한 경우 해당기관에 자구책 수립을 지시하고 공공자금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신용금고와 신용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 부실기관을 폐쇄시키기로 했다.

부실조사는 은행간 합병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활용된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을 6월 국회에서 제정할 방침이다.

은행 부실조사가 끝나고 금융지주회사법이 마련되면 설로만 나돌던 은행 합병에 대한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6월까지는 은행합병같은 2차 구조조정에 대한 개략적인 그림이나 방향정도를 밝힐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합병방안은 다양한 논의와 해당 은행주주의 입장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어서 현재로선 점치기 어렵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정상화는 6월말까지 4조9천억원을 다 투입해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할 방침이다.

두 투신사에 돈만 넣는다고 해서 시장의 믿음이 되살아나기 어려운 만큼 강력한 자구노력을 촉구할 방침이다.

<> 자금시장 불안요인 해소 =기업의 회사채및 CP(기업어음)발행 위축이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다 일부 기업의 자금악화설도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매일 간부회의에서 자금사정을 정밀하게 점검함으로써 시장불안요인을 조기에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투신사들이 회사채 매입을 늘려갈 수 있도록 새로운 상품을 허용하는 등 자금공급확대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자금악화설을 부추기는 악성루머도 철저히 단속키로 했다.

<> 부실기업 처리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화의가 진행중인 기업에 대해선 6월말까지 집중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살리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시킬 계획이다.

이미 64개(대우 12개사 제외) 워크아웃 기업을 점검, 이 가운데 흑자기반을 갖춘 19개사는 상반기중 사실상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시키기로 하는 등 처리원칙을 24일 밝혔다.

이와 관련된 최종 방향은 26일 발표된다.

24일 공개된 워크아웃기업 처리원칙보다 다소 강화된 내용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부실기업을 끌어안고만 있을 경우 은행부실이 심화될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 26일 발표내용이 주목을 끌 것 같다.

대우 계열사 처리와 관련해선 해외채권단이 가진 대우 채권 매입을 내달말까지 끝마치고 대우자동차는 8월말까지 매각키로 했다.

대우중공업은 소수주주.채권자와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3개회사로 분할키로 했다.

이처럼 부실기업 처리가 빨라지면 금융권의 부담도 덜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기업구조조정 압박 =정부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회사에 대해선 사외이사 임명, 감사위원회 설치 등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지켰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내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이상 상장회사엔 이사회의 절반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할 방침이다.

오는 7월중 19개 그룹(7백76개사)의 결합재무제표가 발표되면 강도높은 감리를 실시,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또 3천3백개 대기업에 대해선 채권금융단 주도로 9월부터 총신용공여모니터링제를 실시하고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대책마련을 지시할 계획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6월말이면 기업.금융 구조조정 전체 윤곽이 전부 드러난다"며 "하반기중이면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클린 뱅크로 재탄생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