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그룹은 12개 계열사중 9개를 매각하거나 합병해 3개사로 축소하겠다고 16일 발표했다.

부동산과 계열사 지분매각 등을 통해 올연말까지 4천9백25억원을 조달,부채비율을 2백44%에서 1백29%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적 구조조정전문 컨설팅기관인 KPMG에 구조조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는 한편 당분간 이재관 부회장 체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최정덕 (주)새한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날 김상배 한빛은행 대기업금융부장,이상용 KPMG한국대표 등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새한그룹은 섬유산업의 장기적인 불황과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인식하고 강력하고 자발적인 대규모 구조조정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한은 계열사정리를 완료하면 30대그룹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한과 인척관계인 삼성측은 새한이 요청할 경우 주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새한의 구조조정을 돕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구조조정 내용 =새한은 매물로 내놓은 총5천5백91억원의 부동산중 경산공장 일부를 1천억원에 매각할 예정이고 서울의 마포사옥(4백억원)과 역삼동 사옥(1백35억원)매각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매각진행중인 기술연구소(3백억원)등을 포함하면 상반기중에 1천억원에서 1천5백억원의 현금을 조달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한그룹의 이영자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회장급 전문경영인을 공개채용하고 전문경영인체제가 정착될때까지 이재관 부회장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그룹의 전임원은 일괄사표를 제출해 재신임을 묻고 능력있는 사내인사를 발탁하기로 했다.

이상용 KPMG한국대표는 새한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위해 전문팀을 구성하고 구조조정기금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한측은 1천억-2천억원정도의 기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동원증권 등이 투자의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새한은 "(주)새한은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세계적 섬유회사로 새로 태어날 것"이라며 "필터 전지 환경 부문의 21세기형 전략사업을 전개하고 전자상거래등 지식기반사업의 확충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 경영부진 배경 =새한이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방안은 경영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증권사등 금융기관들은 (주)새한이 지난해 5백56억원,올해 1.4분기중에 1백40억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돈줄을 죄어왔다.

더구나 최근 같은 업계의 금강화섬이 화의를 신청하면서 금융권의 분위기가 냉각됐다.

새한그룹의 경영부진은 지난97년 그룹출범과 젊은 2세 경영인 이재관 부회장의 경영권 장악이후 사업을 계속 확장한데서 비롯됐다.

외환위기동안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필름과 화섬분야의 공급과잉을 맞아 경영이 악화됐다는게 기업분석전문가인 현대증권 임정훈 차장의 해석이다.

<> 전망과 평가 =그룹과 대주주들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을 내놓았다.

땅바닥에 떨어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뢰감을 회복하는게 1차적인 목적이다.

금융기관의 반응은 아직 쉽게 속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측은 "현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출금을 회수한다든지 하면 문제는 커질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은행관계자도 "새한의 발표에 대한 제2금융권 움직임은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새한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의 섬유업종분석담당 소용환 과장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착수한것"이라며 "추가로 할 부분이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새한측도 당초 12개 계열사를 한 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막판에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관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체제가 정착될때까지 경영권을 유지하고 전문경영인 영입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기로 함으로써 당초 발표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도 후퇴했다.

게다가 KPMG에 구조조정 전권을 위임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가 혼란스럽게 됐다.

현승윤.김성택 기자 idnt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