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뒤 2단계 금융개혁을 올해안에 마무리짓기 위해 바닥난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고 야당이 제동을 걸지만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금융개혁을 올해안에 마무리짓기 위해선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면서 "공적자금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계산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총선을 의식해 4개월을 허비한 결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년동안 합병 퇴출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주도한 금융구조조정이 지금은 곳곳에서 곪아가는 양상이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최근 총선 전과는 사뭇 다른 운을 띄우고 있다.

이 장관은 "그동안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없다고 한 것은 공적자금이 필요한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걱정해서였다"고 말해 추가조성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추가조성은 검토해본 적도 없다"던 이 금감위원장도 요즘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일단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한다면 적어도 30조원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인가취소로 방침이 정해진 나라종금의 예금 3조4천억원을 대신 지급하는 것부터 공적자금 수요가 줄을 서 있다.

서울보증보험에는 내년까지 5조3천억원을 2개월마다 쪼개서 넣어 줘야 한다.

미국 뉴브리지에 넘어간 제일은행은 내년까지 풋백옵션(매각뒤 신규 부실채권 매입)으로 4조~5조원을 더 넣어야 한다.

이같이 정해진 곳 외에도 경제전반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투신구조조정이 급하다.

이미 3조원이 들어간 한투와 대투엔 5조5천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견적서가 나와 있다.

현대투신 등 다른 투신사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6조~7조원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서울은행과 대한생명의 경영정상화, 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른 추가부담도 줄잡아 1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공적자금 조성은 우선 예금보험공사의 무보증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 방법이 유력하다.

기존 64조원의 공적자금 한도를 당장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어 16대 국회가 개원되면 오는 6월께 국회동의를 얻어 공적자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총선 공약에서 공적자금의 추가조성 필요성을 밝힌데다 정부가 요청해 오면 면밀히 검토해 동의할 수도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만 형성되면 공적자금 추가조성이 의외로 쉽게 풀릴수도 있다.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대외신인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차피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한다면 정식으로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대외적으로도 우리의 개혁의지를 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모든 자금수요가 국민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는 공적자금을 넣는 금융회사들에 더욱 철저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할 필요성이 있지만 정부가 실제 추가 조성하는데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그동안 64조원 이외 추가로 자금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회보고 같은 경우에도 이미 넣은 자금을 회수해서 쓰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방침을 뒤엎는 것이 정부로선 큰 부담이 된다.

가뜩이나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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