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발언이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전경련은 14일 이 장관의 발언을 접하고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갖는 등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재계에선 이 장관의 발언이 전경련 해체를 목표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오너 중심의 전경련 조직을 개편하자는 수준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렸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개인적인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며
"전경련의 변화를 바라는 충고로 생각하며 전경련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 일각에선 이 장관의 발언이 헌법이 보장한 민간단체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법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공인으로서 할 얘기와 해선 안될
말이 있다"며 "이 장관의 발언은 임의단체의 지위를 간섭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전경련이나 부설 자유기업센터는 이날 "무대응이 상책"이라며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재계의 속마음이 마음 편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한 간부는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 "경제관료들이 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면서도 신관치시대를 여는 발언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한 마디는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타전된다"며 "누가 우리나라
를 시장경제체제라고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신임 박태준 총리와 이 장관 등이 재벌개혁을 강도높게 주문해온
인사들이란 점에서 전경련에 강도높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장관의 발언은 오는 2월 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 뿐만 아니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그동안
오너 중심의 전경련 체제 개편을 줄기차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새해들어 정부와의 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총선전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등 노력을 보였으나 이 장관의 충격발언으로 당분간 술렁
거릴 전망이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