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인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가 IMF 관리체제 이후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관리체계가 부실하고 국가차원의 장기전략마저
없는데 따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기술관련 부처들은 저마다 산업기술
및 응용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반면 기초분야는 거의 도외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
한햇동안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전년대비 10.5%가 감소했다.

특히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크게 줄어 97년에 비해 감소폭이 1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액도 97년에 비해 1.2% 줄었다.

미래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축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IMF 관리체제 이후 정부출연연구소나 민간기업 부설연구소 할것없이
단기성과 중심의 응용기술 연구에 치중하는 경향이다.

예컨대 하이테크 산업이 몰려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전체 연구개발
투자비 가운데 핵심적인 원천기술개발에 투입된 금액은 겨우 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 전체 연구개발투자 2조7천2백88억원 가운데 기초기술분야가
차지한 비중은 15.8%였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영국등 선진국은 대부분 전체 기술개발투자 가운데 20-25%
이상을 기초기술분야에 쏟아 붇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최근 국가별 과학기술력 평가에서 한국을
평가대상국 46개국 가운데 28위로 경쟁국인 대만이나 싱가포르보다 훨씬
낮게 측정했다.

연구개발투자 감소로 출연연구소들이 수행해 오던 중.장기 프로젝트 가운데
과제내용이 축소되거나 아예 중단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소에서만 연구가 도중에 멈춰 버린 과제만
3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천기술 개발이 중심이 되는 G7 연구과제만 하더라도 연구소별로 1-2건씩
제외됐다.

이로 인해 비싸게 수입한 연구기자재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산기협의 김승재 상무는 "이스라엘이 오늘날 하이테크 산업 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2차대전중에도 기초기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1세기 기술경쟁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기술투자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