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내놓은 ''한국경제의 글로벌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한마디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찾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즉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여 취약요소를 개선하는데
힘을 집중함으로써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이 보고서는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3백여종의
각종 지표를 선정,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의 경쟁력을 채점하는 기준으로
사용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들 지표를 그 성격에 따라 크게 5개분야 10대요소로
무리지어 점수화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취약분야와 요소가 무엇인지를
추적했다.

한경연이 구분한 5개 분야 10대 요소는 <>경제운영성과(국내경제활력
국제화및 세계화) <>프로세스 효율성(정부행정 기업경영) <>투자역량
(인프라스트럭처 금융환경) <>학습역량(인적자본형성 과학 및 기술)
<>사회역량(고용관계 사회응집력) 등이다.

가령 GDP규모는 경제운영성과분야의 국내경제활력요소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였고 해외직접투자액은 국제화및 세계화정도를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됐다.

이렇게해서 평가한 10대 요소별 한국경제의 점수를 보면 한국은 대부분의
경우 중.하위권의 성적을 보였다.

우선 경제운영성과 분야의 경우 국내경제활력은 세계 11위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국제화 및 세계화는 45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이 아직도 국제화 또는 세계화를 "국내시장보호"라는 방어적
자세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프로세스 효율성분야에서는 정부행정 22위, 기업경영 26위로 모두
중위권에 머물렀는데 보고서는 이에대해 정부의 "지배욕"과 기업의
"경쟁기피"가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초래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역량분야 역시 인프라스트럭처 31위, 금융환경 36위 등 하위권에
랭크됨으로써 열악한 금융환경과 낙후된 인프라스트럭처가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학습역량분야에서는 인적자본형성이 15위로 중상위권 평가를 받은 반면
과학 및 기술은 25위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즉 개개인의 역량에 비해 사회 전체가 지닌 과학 및 기술역량이
뒤처진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사회가 기술 지식 정보 등의 공유에
인색한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사회역량분야는 고용관계 21위,사회응집력 25위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같은 평가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대해 이 보고서는 10대 요소별 평가를 토대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첫째 한국경제는 과학기술이 앞선 선진국과 양질의 노동력을 풍부히
보유한 후발경쟁국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국가경쟁력을 빠른 시간안에 회복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에 밀리고 후발경쟁국에 쫓겨 선진국의 문턱에서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게 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둘째는 한국경제가 과거의 성공방식에 집착하고 있어 변화가 빠르지
못하다는 점이다.

소위 "개발연대" 기간중 한국경제는 폐쇄된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출에 의해 성장을 지탱해왔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관료의 행정력이 효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라이제이션이 급진전되는 열린 경제체제에서는 경쟁압력과
품질 좋은 인프라스트럭처만이 경쟁력 강화수단이 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셋째로 주목할 점은 4년간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3위에서 27위로 밀려난
사실이다.

이에대해 보고서는 이는 문민정부가 추구한 변화와 개혁의 정책이 잘못된
선택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변화와 개혁의 속도가
주춤거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캐나다(10위) 뉴질랜드(4위) 등은 한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실천하고 있고 노르웨이(5위) 핀란드(9위) 등은 정보화교육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단과 분석을 토대로 이 보고서는 21세기에 대비한 한국경제의
전략노선을 두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국제화 세계화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충고다.

구체적으로는 선진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해 국내에서의 "경쟁압력"을
높이는 한편 "경쟁을 통한 학습"을 극대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경제구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혁신기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는 이제 대규모 설비투자에 의해 생산비를 낮추는 방식의
공업화전략 단계는 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업화를 지향하는 산업정책보다는 자유경쟁체제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