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유예 이후 이자 지급문제 등 부도방지협약의 미비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금융계 관계자들조차 "협약이 종속으로 만들어지다보니 실제 운영과정
에서 허다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혹평하고 있다.

해외금융기관들도 "부도방지협약"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한국계기관에 대한 불신의 벽을 더욱 높이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외국의 채권은행들로부터 대출중단, 대출금 조기회수 등 불이익을
당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 대상기업 선정의 불합리성

=현행 부도방지협약은 "전체 은행의 여신잔액이 2천5백억원이상인 기업
또는 계열기업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차입금이 많을수록 최종 부도가능성이 낮아지는"
불합리성을 안고 있다.

기업재무구조나 경영내용과는 상관없이 금융권 차입금만을 기준으로 부도를
유예한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차입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차입금뿐만 아니라 자기자본비율을 협약적용기준에 새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동일한 채무를 가졌더라도 자기자본비율이 10%인 기업과 30%인 기업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서울은행 모관계자)는 얘기도 똑같은 맥락이다.

<> 협약시행절차의 불공정성

=대농그룹은 지난 20일 일부 종금사가 만기도래한 어음을 연장해주었는데도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종금사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종금사 관계자는 "채권은행 실무자들이 부도방지 협약적용으로 회수가 유예
되는 대출원리금에 만기연장에 따른 이자까지 포함시켜려 하고 있다"며
불만스런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어음연장 이자분이 지급되긴 했지만 종금사들은 불명확한 협약의 관련
조항을 개정, 채권은행과 대상기업이 이를 악용할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외에서의 난맥상

=현재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약적용대상 기업인 진로 대농그룹의 정확한
해외채무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상기업들이 밝히기를 꺼리는데다 해외채무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협약이 아무런 절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의 보증을 받아 해외지사가 조달한 차입금에 대한 지급
문제도 향후 논란거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진로 대농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채권을 사들인 해외금융기관및 투자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행의 한 관계자는 "진로에 이어 대농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에
선정되자 정확한 경위를 문의하는 전화가 해외에서 빗발치고 있다"며 "비슷한
제도가 없는 그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업은행 관계자도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한국계기업에 대한 불신의 벽만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 오광진.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