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측기기업체들이 국산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수출량의 7배를 수입해다 쓰는 바람에 무역적자만 30억달러 (96년
추정)에 육박하는 계측기기산업의 기형적 구조를 떨쳐버리고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중소업체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기술로 만든 첨단 기기들이 국내 있다라 선보이면서
수입을 대체하는가 하면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 세계 무대로
성큼성큼 내닫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업체의 영세성 때문에 연구개발투자는 미진한 반면
첨단 산업발전과 산업고도화로 고정밀도 계기 수입은 급증하고 있는
계측기기산업의 문제점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 중소업체육성 의지를
보이는 것과 맞물려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계측기기는 지난 한햇동안 국내에서 1조6천8백24억원어치 (추정)가
생산돼 5천1백84억원 (6억4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한 반면 수입규모는
3조5천7백70억원 (44억1천6백만달러)에 달했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 몇년간 생산은 연평균 17.6%씩 증가하고
수출도 16%의 성장률을 보이고는 있지만 수입증가율 18.6%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청은 무역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기술력 등
경쟁력제고 여력이 있는 30개 계측기기업체를 선정해 집중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어 이달중 20여개 업체를 추가, 국산기술개발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결정은 측정기기산업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형적 중소기업형
산업일뿐 아니라 반도체 생명공학 신소재산업 등 첨단산업개발 생산에
필수적이며 기술집약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화학공업화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고도의 정밀도를 갖춘 기기가
요구되고 있다.

중소업체들도 이에 부응, 계측기기산업이 투자효과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큰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판단아래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79년 회사설립이래 수질오염자동측정시스템 전자열량계 등 최근까지
25가지의 측정기기를 국산화한 환경오염측정기기업체 정엔지니어링의 경우
연간매출액이 1백억원수준인 작은회사다.

하지만 오토스텍샘플러 마그네틱유량계 등 일부 품목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놓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레이저를 이용한 가스측정기를 내놓을 계획인데 이 회사의
기술개발노력이 알려지면서 독일의 거대기업 지멘스가 제휴를 제의,
생산공정용 계측기 기술 및 판매계약을 최근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일측은 공작기계등으로 가공중에 부품의 가공정도를 측정한뒤
측정수치와 합격품여부를 액정화면에 표시해주고 가공이 덜됐을 경우
보정값을 가공기계에 알려줘 기계를 제어하는 자동계측보정장치를
국산화했다.

지금까지는 모두 수입제품을 사용해온 이 제품을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개발한 것이다.

분광광도계쪽에서는 원래 빌딩자동화시스템 개발업체인 덕산메카시스가
이 분야에서 축적된 자동제어기술을 이용해 값싼 모노크로미터식
분광광도계를 최근 국산화했다.

설립 3년도 채 안된 이 회사는 10명이 넘는 KAIST출신들의 기술력을
활용, 이 제품의 핵심부품인 단색광발생장치 모노크로미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인데 국내에서 외국제품들을 1차적으로 몰아내는대로 외국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이 분야의 기술력을 보유한 신코도 최근 독자적인 신제품을 개발했다.

서현전자는 직류는 물론 교류까지 전압 전류 저항등을 한꺼번에
측정할수 있는 ADC겸용 크램프미터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앞으로 단선
부위를 점검하는데 쓰이는 케이블체커와 말하는 테스터도 개발할 예정이다.

바텍시스템은 PCB기판의 디지털 및 아날로그 입출력신호를 검사하는
테스터를 국산화했으며 테스콤은 발신전용 휴대전화기 (CT-2)의 수신감도
등을시험할수 있는 계측기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아이디얼시스템은 탈곡한 벼의 수분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했으며
전자저울회사업체중에서는 데스콤이 고속계량및 라벨링시스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한국오발은 유량계에서 오는 신호를 받아 연산하는 플로우컴퓨터를
최근 국산화했고 태원전기는 전자식전력량계를 개발, 현재 이 제품이
대구지역에서 시범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서진인스텍이 탱크의 유량을 정밀측정하는 레벨게이지를,
도남시스템은 비접촉식 적외선체온계를 각각 국산화하는 등 중소기업들의
국산화성과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국산제품들은 고가의 외국제품과 겨뤄 우선 가격이 반정도
수준인데다 성능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 국산화 선봉기업들의 개발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청의 이희관 기계공업과장은 "계측기기업체들의
국산화 움직임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잘 개발만 되면
수출하기도 쉬운데다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야할 사업"이라고 국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