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부품유통업체인 세양정보통신(사장 윤종대)마저 13일 부도를 내고
쓰러지자 컴퓨터 업계의 부도태풍 여파가 걷잡을 수없이 번지고 있다.

최근 한국IPC로 촉발된 부도회오리가 멀티그램과 아프로만에 이어
세양정보통신까지 덮치자 컴퓨터 업계는 살얼음 위를 걷는듯한 분위기이다.

용산전자상가에는 "다음 차례는 어느 업체"라는 흉흉한 설들이 끊이지
않고 나돌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매장을 지키기 보다는 삼삼오오
모여 소문의 진의파악에 열중하는 모습.

견실했던 것으로 알려진 세양정보통신의 부도액는 1천억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회사의 부도로 200개 이상의 업체가 된서리를 맞을 전망이다.

이에따라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의 총 부도액은
3천5백억원에 이르며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는 협력및 관련업체수는
7-8백개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세양의 자초로 부도가 기정사실화된 H사를 비롯, 3-4개 중견업체들의
추가 도산이 현실화될 경우 수많은 업체의 연쇄부도가 불가피해져 국내
컴퓨터 업계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파문이 예상된다.

용산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들어 용산전자상가에는 휴업및
폐업 업체가 속출하고 있으며 점포의 거래마저 활발하지 못해 새주인을
찾지 못한채 셔터를 내리고 있는 가게도 눈에 띠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도업체들과 직접 거래가 없는 중소유통및 조립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최근 한보부도에다 중견 컴퓨터업체의 일련의 도산까지 겹쳐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는 것도 업계의 부도도미노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회사에서도 어음할인등의 자금융통이 어려운데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중소형 컴퓨터 업체들에게 누가 흔쾌히 신용대출을
해주겠는가"(용산 PC코리아 K사장)

또 이번 중견 컴퓨터업체들의 연쇄부도는 일반 금융권은 물론 사채시장의
자금줄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어 요즘 중소 컴퓨터업체들은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번 부도여파에 대기업 PC메이커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등 대기업들은 부도업체들과 직거래를 하지 않아
피해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대리점들이 부도업체들에 개별 납품한 금액은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IBM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부도사태로 가뜩이나 매기가 없던 컴퓨터
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것이 더큰 걱정"이라며 우울해했다.

한편 채권업체들이 부도업체들로부터 담보로 확보한 PC와 부품들도
시중에 방출되기 시작했다.

요즘 용산에는 한국IPC의 펜티엄급 PC가 50만원 이하의 헐값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프로만 채권단들이 채권보전용으로 확보한 제품들을 덤핑가격으로
한꺼번에 밀어낼 경우 시장가격을 왜곡시켜 컴퓨터및 부품 유통시장에
대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병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