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균 서울은행장의 구속파문이 예상보다 빨리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이 비록 손행장의 금융실명제위반여부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사정당국은 더 이상 은행장구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서울은행은 다음주초 확대이사회를 열어 장만화전무를 은행장대행으로
선임,은행경영을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손행장구속에 따른 여진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은행이 추진중인 건영 삼익 보배 라이프의 제3자인수작업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아울러 은행감독원의 감독체계문제점과 각 은행들의 여신심사과정의 허술함
등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행장구속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은행장위상의 불안정(이른바 "행장
리스크")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주중으로 예상되는 은감원의 금융실명제 특검결과발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손행장구속파문이 얼마든지 확대재생산될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검찰은 당초 손행장을 포함한 3명의 전.현직 은행장이 대출커미션을
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몇개월동안 내사를 벌였다는 후문.

특히 국제밸브공업등 일부 업체관계자들이 손행장외에 전.현직 은행장
2명에게도 사례비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는게 검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의 내사결과 손행장외에 2명의 전.현직은행장들은 한달전에
"혐의없음"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

이에따라 검찰에서는 손행장 소환시기를 두고 저울질에 들어갔다가 김영삼
대통령의 해외출장시기를 "D데이"로 잡았다는게 정설이다.

검찰은 손행장이 대출커미션을 받은 혐의외에 불법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알선하는등 금융실명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보강수사를 실시중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이번주로 예상되는 은행감독원의 금융실명제특검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감원은 이미 1주일전 실명제특검을 사실상 끝냈으나 적발실적이 별게
없어 현재 보강검사를 실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감원은 특히 검찰이 은행장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올린데 비해 자신들의
특검결과가 미미하다고 보고 막바지 특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대어"를 낚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은감원의 특검결과발표에 따라 금융계를 뒤덮고 있는 "사정공포증"이
사라질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건영 삼익 보배 라이프등의 업체를 제3자에게 넘기는 작업을 총지휘했던
손행장이 구속되자 이들 업체의 제3자 인수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
되고 있다.

서울은행은 그러나 이들업체의 제3자인수는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재훈 서울은행 상무는 "한국신용평가회사의 건영에 대한 자산 부채실사가
예정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실사작업상의 문제이지 행장
구속과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고상무는 오는12월7일 법원에 "건영 실사조사 결과보고서"를 제출할 예정
이라고 밝히고 곧이어 채권은행단 회의를 소집, 제3자인수에 관한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상무는 제반 일정으로 볼 때 건영의 제3자인수작업은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손행장구속을 계기로 금융계에선 은감원의 감독체계와 은행들의 여신
심사가 의외로 허술하다는 점이 새삼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손행장에게 1억원의 대출커미션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난 국제밸브의
경우 지난 3월 이미 문제가 됐었는데도 은감원의 허술한 검사로 인해 비위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

금융관계자들은 또 이철수 전제일은행장을 구속으로 몰아넣었던 효산그룹
관련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진작부터 제기됐으나 은감원이 특검을
서둘러 종결하는등 앞장서 은폐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며 은감원의 이런
태도가 은행장들의 대출부조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은행장독주를 막기 위해 여신심사때 은행장전결권을
줄이고 "여신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했으나 역시 은행장 한사람에 의해
대출이 좌우되는 관행이 여전한 것에 대해선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 같다.

서울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도 여신심사위원회를 은행장 상위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실상은 거의 모든 여신을 은행장 한사람이 좌지우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행장이 전격구속되자 금융계에선 은행임원이 되는 사람은 "자리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명확히 세워야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임원들이 툭하면 구속되거나 중도하차하는데다 갖가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걸 보면 개인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은행장과 은행임원자리가
갖고 있는 기본리스크가 문제가 된다는 논리에서다.

이에따라 은행장이나 임원이 되려는 사람은 금리리스크나 환리스크헤지방법
을 세우기에 앞서 "자리리스크 헤지방법"을 세워야 된다고 한마디씩.

< 하영춘.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