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 "뉴터치 기술"의 바람이 거세다.

뉴터치 기술이란 "부가"기능이나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해 제품의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향상시킨 기술.

기존 소비자층이 주요공략대상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틈새시장
창출전략으로 꼽힌다.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달해 더이상 신규수요를 만들기 힘든 컬러TV
냉장고 세탁기등 전통 가전제품에서 이같은 "뉴터치"기술이 두드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터치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명품 플러스원" TV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3년전부터 준비해 지난 6월말 시장에 내놓은
야심작.

새로운 신호처리 기술을 적용해 기존 TV의 화면 양끝부분이 잘려나가던
"화상절단현상"을 극복한 제품이다.

TV의 가로 세로 비율을 12대9에서 12.8대9로 바꾸어 1인치 정도 화면이
더 커지는 효과를 냈다.

이에따라 기존 TV로는 볼수 없었던 화면 양끝부분도 화면으로 재생시켜
소비자들이 더욱 풍부한 영상을 즐길수 있게 했다.

"보급률이 가구당 1대를 넘어선 기존 HDTV가 꼽히고 있지만 기술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는 3~4년이상이 필요하다.

이 제품은 그때까지 시장을 주도할 제품으로 개발됐다"(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상품기획팀 우영섭과장)

뉴터치기술은 기술의 혁명성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강조된다.

LG전자의 "통돌이세탁기"는 세탁날개만 돌고 세탁통은 돌지않는
기존 세탁기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제품이다.

세탁통을 아예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는 발생의 전환으로 세탁기능이
강화되고 엉킴과 손상이 줄어든 것은 물론 세탁기를 고정시키는 데 드는
전력(전체 전력소비의 60%정도)을 없애 에너지 활용도까지 크게 높아졌다.

대우전자의 "돌개물살" 공기방울 세탁기도 마찬가지.

이 제품은 회전날개를 비대칭으로 설계해 물살이 세탁물에 골고루
영향을 줄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비대칭의 세탁날개를 채택한 점과 함께 공기방울을 이용해 세탁력을
향상시킨 것도 실용성을 노린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동양매직 "가마솥 보온밥솥"은 기존 밥솥에서 가열방식과 내부솥
형태를 변형시킨 신제품.

전면가열(Surround Heating)형 기술을 채택해 히터에서 나온 열이 솥
전체를 골고루 가열하게 만들었다.

또 솥 두께를 두껍게 해 전통적인 "가마솥"처럼 누룽지나 숭늉등을
만들어 즐길수도 있다.

뉴터치기술이 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의 편의성과 디자인도 함께 고려한다.

소비자들이 보다 손쉽게 녹화하도록 카메라와 본체부를 분리한 LG의
"카메라 착탈식 캠코터"는 사용의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

동양매직은 "가스오븐레인지는 검은 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스오븐레인지에 파랑 보라등 화려한 색상을 적용한 "칼라"를 시판중이다.

삼성전자의 "독립만세"냉장고는 기존 냉장고의 "상냉동 하냉장" 방식을
뒤바꿨다.

보다 많이 사용되는 냉장실을 상단에 놓아 사용이 편리하도록 한
제품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냉동실과 냉장실에 각각 독립된 냉각기를 설치하고
냉동실과 냉장실을 각각의 온도조건에 따라 별도로 제어하는 기술을
채택했다.

"기술이 소비자의 감성이나 실생활과 "매치"되지 않으면 아무리
혁신적인 것이라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뉴터치기술의 특징은 소비자의 내면적 욕구에 어필하는 제품을 만들어
상품의 위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대우전자 정문찬과장)

이러한 기술경향은 가전제품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전통적 제품에 관한한 기술 개발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어렵사리 기술을 개발해 신규제품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시장형성이
어려운 탓도 있다.

"VTR이나 CD플레이어등 새로운 가전 품목이 시장에 나와 5%의 이상의
보급률을 보이는 데는 5년이 걸린다"(대우전자 정문찬차장).

더구나 소비자들이 새롭고 신기한 제품에 선뜻 지갑을 열수 있을 만큼
경기가 좋지도 않다.

기존 기술을 변형하거나 개선해서 제품을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만든다는 "뉴터치 제품"개발은 그래서 더욱 더 확산될 전망이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