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으로 유명한 미제약업체 화이자는 연구개발(R&D)의 글로벌화로
세계화를 추구한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화이자이지만 처음에는 뉴욕 브루클린에 소재한
조그만 화학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1928년 페니실린을 개발한데 이어 2차대전중 페니실린의 대량생산
에 성공, 세계정상의 제약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화이자의 세계화는 R&D에서 시작된다.

R&D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글로벌한 차원에서 R&D를 벌여나간다.

"제약산업의 경우 해외R&D의 중요성은 다른 산업보다 매우 큽니다"

리처드 도브 홍보담당부사장은 해외현지에서 연구활동을 얼마나 잘하느냐
에 제약업체의 세계화가 달려있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한다.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R&D부담을 보전하기 위해선 해외판매가 필수적이고
이를위해 현지사정에 맞는 약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개발거점의 해외이전을 통해 비용절감효과도 거둘수 있어서다.

화이자는 세계각국에 연구개발거점을 설치, 현지의 임상시험과 각종 심사
기준을 통과해 개발된 의약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나라마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자연환경에서, 다른 음식을 먹어 체질이
다르다는 점도 해외연구개발거점 전략이 취해진 요인중 하나다.

과거 미국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연구개발이 지금은 일본이나 영국등지의
해외연구거점 설립과 더불어 여러지역에 분산돼 이루어지고 있다고 도브
부사장은 부연한다.

80년대 중반이후 화이자의 연구개발비는 연평균 16%씩 늘어났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의 비중은 적을때는 8%, 많을때는 13%를
넘는다.

연평균 매출액중 10%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는 셈인데 다른
동종업체들에 비해 2~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3%가 넘는 11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올해 연구개발비는 작년보다 23% 많은 14억달러를 책정해 놓고 있다.

이로써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해온 머크사를 제치고 업계 1위로
부상하게 됐다.

올해 머크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13억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개발비의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영역도 자동유전자배열에서부터 여러
화학물질을 테스트하는 특허기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연구개발의 해외거점화및 투자확대를 양축으로 하는 화이자의 글로벌
R&D전략은 많은 결실을 맺고 있다.

제약부문의 경우 지난 89년 신제품의 매출비중은 1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들어 개발된 다이플루칸(항균제)과 졸로프트(항울제)등의
활발한 판매로 지난 92년엔 이 비중이 54%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비중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역시 50%를 넘었을
것으로 도브 부사장은 추정한다.

신제품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물은 다이플루칸.

90년초 개발된 이 약품은 세계 항균제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있다.

보통 제약업계에선 10년에 한두개정도의 신제품만 나와도 성공으로 친다.

화이자가 현재 개발완성단계에 있는 신약은 15개.

그 누구보다 R&D를 중히 여기는 전략은 화이자를 신약개발부문에서 업계의
정상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신약의 개발에서 제품의 생산.시판까지 보통 10년이상 소요되는 제약산업
에서 R&D는 생산성과 직결된다.

화이자는 생산성향상을 위해 R&D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도브 부사장의
설명은 제약업계에서 연구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화이자의 세계화는 50년대들어 항생제인 테라마이신을 전세계에 판매
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시기 해외영업을 위한 조직이 설치됐고 일본과 유럽각국에 직접투자가
시작됐다.

화이자의 R&D글로벌화는 단지 비용절감과 비즈니스영역의 확대만을
노리지는 않는다.

해외의 R&D거점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냈고 본사와
해외거점간의 기술이전을 통해 상호이익을 증진해 나가고 있다.

최대 히트작인 다이플루칸의 경우 미국본사에서가 아닌 영국 샌드위치에
있는 R&D센터에서 개발됐다.

터키의 R&D센터에는 높은 기술수준의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함으로써
터키의 환경보호기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R&D의 글로벌화를 세계화전략의 중추로 쓰고 있는 화이자는 또 "철저한
인사이더(내부자)철학"을 병행한다.

현지화를 통해 현지에 깊숙이 파고들어 현지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
으로 사업을 수행해 나가려는 것이 화이자의 인사이더 철학이다.

도브 홍보담당부사장은 인사이더화로 화이자는 기업환경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철저한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 화이자가 취한 전략은 해외현지에 일찍
진출하는 것이었다.

지난 50년대초반에 유럽과 일본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현지기업을 세우고
판매망을 갖추어 나갔다.

그 덕분에 남보다 먼저 일본시장공략의 최대장애물인 복잡한 유통구조를
파악하는데 성공, 세계2위의 제약시장인 일본에서 오늘날 판매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수년동안 전개된 유럽통합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
할 수 있었다.

50년대 초반부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지에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데
이어 90년대초에는 브뤼셀에 대유럽연합(EU)사무소를 차려놓은 덕택이었다.

브뤼셀 사무소설립은 시장진출이나 R&D거점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새로운
통합유럽시장의 가격설정이나 약품등록이 EU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이루어
지는 탓에 여기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구사회주의세계의 시장경제개혁과 함께 러시아 및 동유럽, 중국에 제약
업계중 가장 먼저 진출할 정도로 화이자의 세계화의지는 남다르다.

해외시장에 대한 화이자의 적극성과 열의는 지난해 해외제약부문의 판매
증가율이 13%로 제약업계 평균증가율의 3배에 달한 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올해 정식 출범,무한경쟁시대가 펼쳐졌지만 화이자
에는 오히려 득이 되는 면이 많다.

WTO출범과 함께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한층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멕시코등 제약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는 신흥개도국
에서도 지재권보호가 가속화되고 있어 "R&D글로벌기업"인 화이자의 앞날은
더욱 밝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