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석유 의무비축시설 충족여부를 놓고 국내 정유5사간 공방이
한창이다.

비축창고를 넉넉히 갖고 있는 정유사들은 쌍용정유등 일부업체의 비축시설
규모가 기준에 턱없이 못미치는데도 정부가 눈을 감아주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비축시설이 모자라는 정유사는 기준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며 이들의
주장이 "모함"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쟁은 외부로 까지 번져 신기하민주당의원은 최근 통상산업부에 이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감독기관인 통산부는 딱 떨어진 대답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다.

정유사의 의무비축시설 기준은 두가지다.

정유업 허가기준과 석유수출입업 신고기준이 그것이다.

석유사업법 시행령에선 <>정유업자는 1일 정제능력의 60일분 <>수출입업자는
전년도 수입물량의 45일분의 저장 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걸프전등 비상시 국내 석유수급안정을 위해서다.

단 정유업자가 60일분의 비축시설을 못갖춘 경우엔 시설확충 계획서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두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정유사는 호남정유와
현대정유 2개사뿐이다.

1일 정제능력 기준으로 유공은 55일,한화는 51일,쌍용은 41일분의
비축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정유업 허가기준인 60일분에 모두 미달이다.

전년도 수입물량기준으로는 쌍용이 41일분이어서 역시 기준(45일분)보다
모자라다.

쌍용은 두가지 기준을 모두 못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다른 정유사들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

이들이 특히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매년 하도록 돼있는 석유 수출입업
신고의 요건 미달.

정유업 허가기준은 법에서 예외(시설확충 계획제출시 허가)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그렇다 치더라도 수출입업 신고때는 확실한 기준이 못박혀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쌍용이 기준에 못미치는데도 지난7일 통산부가 수출입업 승인을
내준 것은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은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 시설요건을 지키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쌍용은 이에 대해 할말이 많다.

수출입업 신고를 할 당시엔 비록 요건에 못미쳤지만 오는 5월까지는 시설을
늘려 기준을 넘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은 이같은 "약속"을 각서로 써 통산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쌍용은 법적 기준 자체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석유수급 안정이라는 비축시설 의무조항의 취지에 비춰보면 전년도
수입물량을 잣대로한 현행 요건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김동철쌍용정유이사는 "쌍용의 경우 원유 수입물량의 절반정도를 정제해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 공급물량으로만 따지면 쌍용의 비축시설은
80일분에 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내수급안정이 목적이라면 비축시설 기준에서 수출물량분은 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은 지난해 4천6백56만배럴의 석유를 수출,정유5사중 수출실적이
가장 많았다.

이같은 전후사정을 경쟁사들이 잘 알면서도 문제 삼는 것은 의도적인
"흠집 내기"라고 쌍용은 주장한다.

논란의 와중에 통산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쌍용의 주장에 일리가 있긴 하지만 현행법의 요건을 어긴것도 분명 사실이기
때문이다.

통산부는 어쨌든 상반기중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때 비축기준도 손볼
작정이다.

정유사들의 비축시설 확충이 최근 주민반발등으로 더욱 힘들어져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게 불가피해서다.

그때까지는 어느쪽의 손도 들어 줄수 없는게 통산부 속사정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 휘발유 가격인하로 니전투구를 벌였던 정유사들간의
앙금이 비축시설 논쟁으로 비화된게 아니냐"며 "이같이 비생산적인 논란을
막기위해서도 정부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