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95년 경제전망"에 나타난 내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한마디로 성장세가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내수부문이 성장을 이끄는 불안정한
국면으로 특징지워진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습을 경기상승국면의 후반기 양상이라고 진단
한다.

때문에 한은은 경기상승국면을 계속 지속해 나가기 위해 총통화(M2)증가율
을 올해보다 낮춰 운용하는등 강력한 안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년도의 "일그러진" 성장을 예고하는 것은 우선 설비투자와 수출이 둔화
되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등 내수부문의 과열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표상으로도 한은은 내년도 민간소비증가율이 올해와 비슷한 7.4%의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가 위험수준일 것이란 예측은 수입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소비재수입의 비중이 올해는 11.8%였지만 내년엔
15.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투자의 경우 주거용건물등 건물건설이 소폭증가에 그칠 것이나 사회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토목건설이 활기를 보여 전체로는 올해(4.2%)보다
높은 7.5%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내수부문의 성장주도는 곧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의 제조업 임금상승율이 15%로 작년(10%)보다 크게 오른데 따른
물가인상요인이 잠재해 있는데다 내년초 각급학교등록금 전기료등 큰 폭의
공공서비스요금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금년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수입단가상승도 내년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한은도 올해 5.7% 오른 소비자물가가 내년에 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부동산가격.부동산값은 올해 있었던 준농림지의 이용규제완화, 11-30대그룹
에 대한 부동산취득자유화조치로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자치체 선거와 사회간접자본시설
에 대한 투자 가속화가 부동산값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게 한은의 분석
이다.

경기사이클상으로 부동산값이 오를때가 됐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이처럼 내수주도의 성장으로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반면 제조업과 수출경기
는 상승세가 꺽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제조업의 시설투자가 활발했고 엔고덕에 수출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많이 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엔화값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게 미국 세계경제연구소
(WEFA)등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은도 비슷하게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엔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도 힘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올해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컸던 만큼 내년에는 투자부문도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제조업과 수출부문이 위축되고 내수부문이 과열이
예상되는 불건전한 성장세를 건전성장으로 유도하지 못하면 모처럼 상승
국면을 맞은 경기가 의외로 쉽게 꺽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을 안정우선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김영대조사1부장은 "총통화(M2)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추고 재정
지출을 가급적 억제하는등 재정긴축정책이 필요하며 환율도 절상요인이
생기면 그 요인만큼 절상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