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스타트업 제로시스, 청록수소 생산에 집중
-시장 선구자 역할 맡아 성장 중

친환경은 더 이상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단어가 됐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환경을 무시하고 발전해온 인류는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중이다. 이미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 온도는 1.5도 올라간 상태다. 각종 기후 이변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2도까지 올라가면 영구 동토층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영구 동토층이 파괴되면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각종 유해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지구는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만큼 생태계 혼란은 물론 또 다른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현대차 넥쏘 개발자가 '청록수소' 올인한 이유

국제 연구단체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36.4Gt으로 추산됐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자 탄소 배출권 거래, 탄소세, 탄소 국경세 등이 고개를 들며 탄소 감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발맞춰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부족한 수소 생산을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력 발전 방식이 논란이다. 쉽게 보면 석탄 전력에서 벗어나야 수소의 친환경 목적이 달성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되자 청록수소 생산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수소 스타트업 제로시스가 주목한 틈새가 바로 이 대목이다. 청록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특허를 통해 발 빠르게 수소 시대에 대처하고 있어서다.

지난 4일 경기도 동탄에서 만난 수소기업 제로시스 노용규 대표는 만나자마자 수소의 긍정적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쏟아냈다. 노 대표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에서 시작해 복잡한 수소 생산 과정까지 매우 쉬운 단어로 소통했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우주를 이루는 원소의 90%를 차지하며 심지어 물(H2O)에도 수소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물에서 생산되고 다시 물로 되돌아가는 순환 과정을 통해 수소는 고갈 우려가 없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평가 받는다. 다만 수소 생산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소 1톤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12톤이 나오는 만큼 친환경과 다소 거리가 멀다. 그래서 주목하는 분야가 블루 및 그린수소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 후 포집해 땅속에 저장할 수 있지만 최선은 재생에너지(풍력이나 태양광, 수력, 지열 등)를 활용해 물에서 수소를 얻어내는 그린 방식이다. 그러나 그만큼 수소 가격도 비싼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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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궁극적인 친환경을 달성할 수소에너지는 없는 걸까? 제로시스가 집중적으로 파고든 부문이자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청록수소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수증기 없이 고온 반응기에서 열 분해를 하고 수소와 부산물인 고체 탄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청록수소는 최근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새로운 수소 생산 방법으로 수증기를 넣지 않기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그레이 수소와 비교해 에너지 소모는 비슷하지만 탄소 배출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아울러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와 놓고 봐도 필요 에너지가 약 7배 이상 적게 들어 훨씬 효율적이다. 이와 함께 열분해 과정에서 다른 소재로 사용 가능한 탄소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여러모로 장점인 청록수소를 그 동안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 대표는 긴 시간 사용하던 그레이 수소를 꼽았다. 효율이나 생산성, 경제성, 안정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시작은 그레이 수소가 편했다는 것. 게다가 그레이 수소는 1930년대부터 가스 회사들이 줄곧 사용해왔던 방식이며 예전에는 규제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친환경이 대두되면서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노력에 따라 청록수소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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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로시스는 청록수소 개발에 나선 국내 최초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노용규 대표는 현대차 투싼연료전지부터 넥쏘 수소전기차까지 15년 가량 수소전기차 개발에 참여했던 연구원 출신이자 수소에 대해선 누구보다 성장 가능성을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마이크로 버블 형태로 공급된 천연가스는 수소와 탄소로 분해돼 수소 가스는 반응기 상부로 배출되고 고체 탄소는 반응기 상부에 쌓이는 생산 구조를 활용해야 한다"며 "이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연속공정이 가능하고 수소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완성된 정제수소(순도 99.99%)는 석유화학이나 제철, 수소 충전소 등에 공급하고 순도가 낮은 수소는 대형 엔진 가스터빈발전 보일러로 사용하거나 수소 ESS(수소로 에너지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서 연료 터빈으로 제공)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부산물인 고체 탄소를 팔아 생산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수소 공급 가격 하락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청록수소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고 선봉장 역할을 자처한 제로시스는 수소의 효율적인 생산 방식 및 수소 파워팩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기술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노 대표는 "최근 청록수소 생산에 대한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며 "좋은 생산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로시스에는 에너지 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수소의 대규모 생산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미래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이끌 제로시스의 대담한 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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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