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포커스] 시속 150㎞ 넘어도 끄떡없는 가속
국내 자동차시장은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 불모지’로 불린다. 세단을 선호하는 분위기 탓에 잘 팔리지 않아서다.

최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현대자동차 i30 1.6L 가솔린 터보를 타봤다.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등 400㎞ 이상을 다니는 동안 예상 밖의 주행 실력을 발휘했다. 높은 실용성 등 숨겨진 매력은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시동을 걸자 ‘부르릉’하는 낮은 배기음이 울린다. 속도를 높이니 부드러운 주행감이 느껴진다. 한 손으로 돌리기 힘들 정도로 묵직한 스티어링 휠(운전대) 덕분에 기대보다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속도계 바늘이 시속 150㎞를 지났지만 가속에 여유가 남아 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실제 가속이 되는 시점이 한 박자가량 느린 터보 래그(turbo lag)는 거의 없다. i30 1.6L 가솔린 터보는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27.0㎏·m를 도로 위에 쏟아낸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속도가 빨라도 차체 뒤쪽이 매끄럽게 따라붙는다. 한 카레이서는 “파워트레인(동력계통)이 같은 고성능 모델 아반떼 스포츠보다 핸들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쉬운 운전과 높은 실용성은 i30만의 매력이다. 회전 반경이 작아 좁은 골목길을 쉽게 다닐 수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주차하기도 편리해 초보 운전자도 부담이 적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넓은 적재 공간이 생겨 자전거 등 레저 스포츠용품을 실을 수 있다.

다만 트렁크 바닥과 접힌 뒷좌석이 평평하지 않은 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점이다. 가격은 1890만~2490만원.

현대차는 최근 i30를 기반으로 개발한 고성능 자동차 라인업 N의 첫 모델 i30 N과 i30 패스트백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i30 N은 2.0L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6.0㎏·m의 힘을 발휘한다.

5도어 쿠페인 i30 패스트백은 기존 모델보다 전고를 5㎜ 낮추고 서스펜션 강성을 15%가량 끌어올렸다.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 설명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