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극심한 내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최근 들어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극심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자동차 구입이나 교체를 미뤄왔던 잠재 고객들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 차 내수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현대차는 지난주(8∼12일) 하루 평균 판매계약 대수가 2천9백80대로 지난 10월의 하루 평균 계약대수인 2천52대보다 40% 이상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통상 비수기로 10월보다 항상 판매가 줄었던 11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내년 특소세 환원을 앞두고 현대차가 이달 들어 전 차종에 걸쳐 무이자할부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차의 할인은 신차인 쏘나타 투싼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준중형 아반떼는 80만원 할인해주고 공무원 교사 금융권 상장사 전문직 종사자에게 추가로 20만원,재구매 고객에게 다시 10만원을 깎아준다.


여기에 현대카드 포인트를 활용한 30만원 혜택까지 감안하면 고객입장에서 차값의 10% 이상인 1백40만원의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고객이 이런 혜택을 모두 본다고 가정하면 테라칸은 평소보다 3백10만원,트라제XG는 2백60만원,싼타페는 1백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국내 최대 차메이커인 현대차가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서 공세적으로 불황돌파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회사측은 특소세 환원을 앞둔 현 시점이 불황 돌파의 적기라고 판단,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내렸던 자동차 특소세율은 내년 1월부터 2천cc이하는 현재 4%에서 5%로,2천cc이상은 8%에서 10%로 다시 높아진다.


현대차 사직대리점 박선택 과장은 "지난달 하루 평균 6∼7대에 불과하던 계약이 최근 들어 13∼15대까지 늘었다"며 "쏘나타 신차 효과가 꾸준한 데다 연비 효율이 높은 아반떼 베르나 등 실속 구매자들이 부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도 유류비를 지원하는 명목으로 대규모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레저차량인 카니발 구입고객에게는 2백10만원,옵티마2.0고객에게는 1백만원을 각각 깎아 준다.


여기에 차량 재구매시 10만∼30만원을 지급하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대카드 포인트(30만∼50만원) 할인 혜택을 추가로 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이 힘을 발휘하면서 침체된 자동차 내수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국내 5개 자동차업체의 총 판매대수는 2만4천대로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5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M대우의 판매를 대행하는 대우자동차판매는 이 기간 중 2천9백98대를 팔아 전달 같은 기간보다 58.8%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차판매 광명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병용 사장은 "언론에 내년 특소세 환원 기사가 나간 뒤 차 구입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불황기를 반영한 탓인지 경차 구입 계약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