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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에서 만든 전기, 가슴까지…배터리 없는 심전도 센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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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에서 만든 전기로 가슴 심전도 측정
    피부 표면 따라 무선으로 전력 보내
    충전 부담 줄이고 실용성 높인 웨어러블 기기 구현
     배터리 없는 웨어러블 전력공급 기술 개념도./서울대학교
    배터리 없는 웨어러블 전력공급 기술 개념도./서울대학교
    가슴에 붙인 심전도 센서를 배터리 없이 작동시키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팔이나 다리 등에 붙인 발전 소자에서 만든 전력을 피부 표면을 따라 무선으로 보내, 가슴 위 심전도 센서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무게와 충전 문제에 막혀 있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실용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유담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배터리 없이 심전도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피부 밀착형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스템 ‘SkinECG’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배터리 없이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얻은 전력을 무선 전달해 생체 신호 센서를 구동한 것은 세계 최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1일 게재됐다.

    심전도 센서는 심장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해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몸에 붙인 센서로 생체 신호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어 차세대 의료 기술로 주목받는다. 장시간 사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필수다. 기존 웨어러블 센서는 주로 배터리에 의존해 왔지만, 배터리는 기기의 크기와 무게를 키워 착용감을 떨어뜨리고 방전되면 측정이 중단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빛, 열, 움직임 등 주변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배터리의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 기술을 생체 신호 측정용 센서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기를 만들기 좋은 위치와 생체 신호를 측정해야 하는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슴은 옷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 태양전지가 충분한 빛을 받기 어렵다. 또한 마찰 전기 등을 얻기 위해서는 다리 주변 관절처럼 움직임이 발생하는 부위에 소자를 부착해야 한다.
    태양전지 기반 무선 전력공급 모듈(좌)과 피부 부착형 심전도 센서(중)를 인체에 부착해,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심전도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우)./서울대학교
    태양전지 기반 무선 전력공급 모듈(좌)과 피부 부착형 심전도 센서(중)를 인체에 부착해, 배터리 없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하며 심전도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우)./서울대학교
    유 교수팀은 이 같은 위치 제약을 ‘무선 전달’ 방식으로 풀었다. 발전 소자를 센서와 같은 위치에 둘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직교 에너지 하베스팅 네트워크’ 기술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개발한 SkinECG는 피부에 밀착되는 하이드로콜로이드 패치 위에 유연한 회로 기판과 반도체 칩을 탑재한 심전도 센서, 여러 발전 소자의 전력을 센서로 보내는 무선 전력공급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핵심은 전력을 공기 중으로 방사하지 않고 인체 표면을 따라 전달하는 데 있다. 기존 무선 전력전송 방식은 전자파가 인체에 흡수되거나 산란돼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인체 결합 전력공급 기술을 활용해 발전 소자가 만든 전력을 전선 없이 피부 위 센서로 보냈다. 여러 발전 소자를 함께 사용할 때도 각 소자가 서로 다른 주파수 채널을 사용하도록 설계해 전력 신호가 서로 간섭하거나 상쇄되지 않도록 했다.

    실험에서는 가슴에 부착한 심전도 센서에서 약 30~50㎝ 떨어진 팔뚝 부위에 초박형 유기 태양전지 1개를 붙여 전력을 공급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태양전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압전 소자, 열전 소자, 마찰전기 소자 등 다양한 발전 소자를 상황에 따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소자를 무조건 많이 붙인다는 뜻이 아니라, 사용 환경에 맞춰 하나 이상의 발전 소자를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인체 안전성도 고려했다. 인체에 결합되는 전력 수준을 일상생활에서 주변 전자기기와 생활환경을 통해 노출되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및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기준에 따르면 40㎒에서 인체에 유도되는 전기장은 27.5V/m 이하로 제한돼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인체에 유도되는 전기장이 이 기준의 약 1000분의 1에서 200분의 1 이하가 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낮은 전력 조건에서도 심전도 센서 쪽에서 약 100마이크로와트(μW) 수준의 전력을 회수했다.

    그 결과, 배터리를 사용했을 때 결과값과 유사하게 나왔다. 유 교수는 “가만히 있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가 더 유용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웨어러블 센서는 움직이는 환경에서 착용하게 된다”며 “무겁고 큰 배터리 대신 얇고 피부에 부착 가능한 이번 연구 결과물이 실제 환경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유담 교수, 이탁월 박사, 박경수, 김동한, 김광진 석박통합과정생/서울대학교
    (왼쪽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유담 교수, 이탁월 박사, 박경수, 김동한, 김광진 석박통합과정생/서울대학교
    이번 기술은 심전도뿐 아니라 근전도, 뇌파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장기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착용형 전자기기와 이식형 의료기기의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기반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유 교수팀은 앞으로 인체 영역 네트워크 기반의 원격 무선 전력공급 기술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로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워치처럼 비교적 큰 배터리를 가진 기기가 전력 허브 역할을 하고, 심전도 패치나 혈당 센서, 무선 이어폰 같은 소형 웨어러블 기기는 배터리 없이 전력을 공급받아 작동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매일 충전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더 얇고 가벼운 차세대 헬스케어 기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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