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에 수출길 막힌 이란 원유…'생산 강제 중단' 압박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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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봉쇄에 폐탱크·컨테이너 동원
생산 절반 이상 감소 가능성
노후 유전 손상 우려도 커져
생산 절반 이상 감소 가능성
노후 유전 손상 우려도 커져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 해군의 항만 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히자 남부 석유 거점의 폐탱크와 컨테이너를 활용하고, 중국으로 원유를 철도 운송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란은 수출 병목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생산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쟁은 이란 석유 산업과 글로벌 에너지 소비자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압박을 견디지 못하느냐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정상적인 수출 경로로 빠져나가지 못한 원유는 탱크나 선박, 임시 저장시설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에 그대로 남겨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유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미국의 봉쇄 이후 이란 육상 원유 재고가 460만 배럴 늘어 약 4900만 배럴에 이르렀다고 추산했다. 이란의 저장 능력은 8600만 배럴로 평가되며, 북부 정유시설 탱크까지 포함하면 9000만~950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운영 제약, 안전 기준, 지리적 문제 때문에 이 공간이 모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란은 초과 원유를 해상에 저장하기 위해 빈 유조선도 활용하고 있다. 케이플러는 걸프 해역에 이란산 원유 선적 이력이 있는 대형 유조선 여러 척이 남아 있으며, 이들의 저장 능력이 약 1500만 배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선박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지 못하는 만큼, 이란은 시간을 벌기 위한 비정상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은 아흐바즈와 아살루예 같은 남부 석유 허브에서 컨테이너와 사용하지 않던 탱크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란 석유 당국자는 일부 탱크가 상태 불량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을 피해온 시설이라고 전했다. 하미드 호세이니 이란 석유수출업자연합 대변인은 이란이 철도로 중국에 원유를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테헤란은 중국 이우와 시안으로 이어지는 철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철도 수송은 해상 운송보다 비용 경쟁력이 떨어진다. 운송 기간은 선박보다 짧을 수 있지만 여전히 여러 주가 걸릴 수 있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자인 중국 동북부 독립 정유사들은 낮은 마진과 할인 가격에 의존해왔다. 컬럼비아대의 중국 에너지정책 전문가 에리카 다운스는 철도 운송비가 커질 경우 이들 정유사가 비용을 감당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저장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원유 저장 공간이 바닥나는 상황을 ‘탱크 톱스’라고 부르며, 상당수 분석가는 이 시점이 '2주 안에' 올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 석유 인프라가 막히기까지 약 사흘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에너지 당국자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봉쇄 과정에서 이란 유정이 손상될 경우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생산 중단이 곧바로 유정 파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란 기술자들은 오랜 제재 환경에서 생산 조절 경험을 축적해왔다. 그러나 이란 석유 당국자들은 노후 장비와 성숙 유전 구조 때문에 강제 감산의 위험이 특히 크다고 보고 있다. 향후 변수는 봉쇄 지속 여부, 저장 여력 소진 속도, 이란의 대체 수송 성공 가능성, 그리고 협상 재개 여부가 될 전망이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생산 중단이 이란에 추가 압박을 가하고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의 첫 협상은 이달 초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고, 이란이 추가 회동을 거부하면서 지난주 무산됐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공격 중단의 대가로 전쟁 전면 종료와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새 제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이란 핵 프로그램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지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걸프 산유국의 수출 제약이 유가와 제품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본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부담이 커졌고, 항공유 등 일부 제품 공급도 압박받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27일 평화협상 진전 부재 속에 약 3% 올라 배럴당 108.23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초기 한때 기록한 배럴당 120달러 부근보다는 낮지만, 전쟁 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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