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추가 확보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협의를 통해 약속받은 26만장 물량 가운데 일부를 선제적으로 들여오며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에서도 최신 칩을 먼저 확보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AI 산업 전반의 성능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1월 출시 ‘신상’ 칩 선제 도입
6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포함한 GPU 1만5000장을 추가 확보해 이르면 하반기부터 국내에 도입한다. 해당 물량은 연말부터 기업과 국가 프로젝트 등에 순차 공급될 예정이다. 앞서 확보해 들여온 1만여 장에 이은 추가 물량이다.
이번 확보는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GPU ‘세대 전환’을 겨냥한 조치로 평가된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가 올해 1월 공개한 최신 GPU로, 블랙웰 계열 대비 연산 성능이 약 3배, 추론 효율은 최대 10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고성능 AI 서비스 구동에 최적화된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과기정통부는 GPU 배분 과정에서도 최신 칩 도입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수요 공모를 통해 GPU 활용 사업자를 선정하되 베라 루빈 등 최신 GPU를 활용하는 계획을 제시한 사업자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최신 GPU 사용을 정책적으로 유도해 국내 AI 인프라의 ‘세대 업그레이드’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단순한 GPU 물량 확보를 넘어 국내 AI 인프라의 성능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GPU는 세대 간 성능 격차가 큰 데다 교체 주기도 2~3년으로 짧아 최신 칩 도입 여부가 곧 AI 서비스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신 GPU 확보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기업이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량’ 넘어 ‘세대’ 경쟁으로
GPU는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확보 가능한 물량과 성능에 따라 모델 개발 속도와 경쟁력이 크게 달라진다. 동일한 AI 모델이라도 어떤 세대 GPU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습 기간과 비용이 수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들은 수천에서 수만 장의 GPU를 동시에 투입해 대형 모델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GPU 확보에 직접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엔비디아와의 협상을 통해 총 26만장의 GPU 확보 계획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텔레콤 등에 각각 5만장, 네이버에 6만장이 배정됐고, 나머지 5만장은 정부가 산학연과 국가 프로젝트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AI 인프라 자체를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고 배분하는 구조다.
글로벌 AI 경쟁 구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GPU 확보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물량 싸움’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세대의 칩을 확보하느냐가 성능을 결정하는 ‘세대 싸움’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최신 GPU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경우 모델 개발 속도와 서비스 품질에서 격차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1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한국 물량의 우선 공급을 요청했다.
류 차관은 “엔비디아 측이 블랙웰(GB300) 조기 공급과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의 한국 우선 공급을 약속했다”며 “최신 GPU를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AI 모델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