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휘발유 L당 1890원…서울은 1942원
배달 수수료 인상될라 자영업자들 긴장
전문가 "고유가에 골목상권 연쇄 침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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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관악구 이동노동자쉼터 인근. 배달 라이더들이 배달에 나서고 있다. /사진=이정우 기자
31일 서울 관악구 이동노동자 쉼터 인근에서 만난 20대 배달 기사 박모 씨는 "전쟁 여파로 경제가 안 좋아 콜 자체가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애초에 많이 버는 것도 아닌데 기름값까지 오르니 다 비용이라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40대 배달기사 박정철 씨도 "벌이가 이미 줄어든 상황에서 기름값으로 돈이 더 나가니 형편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는 오피스가 밀집해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임에도 최근 유가 인상으로 부담을 토로하는 배달 기사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배달업 종사자 30대 김정렬 씨는 "단가도 많이 내려가고 콜도 줄었다는 곳이 많다. 강남이라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기름값 때문에 타격"이라고 말했다. 30대 배달기사 고모 씨는 "기름값이 오르는 바람에 소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배달 라이더들도 힘들어하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연료비 부담까지 커지며 체감 소득이 감소하면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890원으로 전날보다 7.9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L당 1880.7원으로 7.5원 상승했다.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9원 오른 L당 1942원, 경유는 10.8원 상승한 L당 1918.3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자영업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배달비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배달 대행업체들이 유가 인상을 근거로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 대표는 "아직 배달비 이슈는 없다"면서도 "물가가 다 오른 상황에서 유가 상승이 추후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질까 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점주는 "전쟁과 경기 침체로 이미 매출이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기름값이 올라 배달비까지 상승한다면 자영업자로서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골목상권 전체의 연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로 인해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라며 "국내 소비가 위축되면 중간 매개체인 배달 노동자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배달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 역시 물건을 팔 수 없어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