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히 파고드는 시벨리우스의 물결…'英클래식 정수'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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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5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사카리 오라모의 치밀한 시벨리우스
손열음의 서정적 버르토크가 만난 밤
25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사카리 오라모의 치밀한 시벨리우스
손열음의 서정적 버르토크가 만난 밤
이런 재정구조는 악단의 투어 전략과 사운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LSO같은 민간 악단은 투어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편적인 레퍼토리에 굵고 화려한 금관을 위시한 강렬한 사운드를 지향한다. 반면 BBC 심포니는 수익보다 공영 서비스의 가치를 우선하며, 근현대 및 영국 레퍼토리 같은 색깔 있는 프로그램을 고수한다.
2013년부터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핀란드 출신 사카리 오라모는 이렇듯 우직한 정책을 고수하는 악단에 더없이 어울리는 수장이다. 오라모 체제 이후 악단은 시벨리우스를 위시한 북유럽 레퍼토리를 핵심 레퍼토리로 장착했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BBC 홈페이지는 지금도 이들의 시벨리우스 연주 실황을 반복 스트리밍 서비스하고 있다. 그 성과를 인정받은 오라모는 2030년까지 계약이 연장됐다.
이어진 손열음과의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바비칸 센터 공연(3월 16일)에서 가디언지로부터 별 4개 반(5개 만점)을 받아 기대되는 무대였다. 손열음은 민요적인 정서가 깃든 선율을 여유롭게 소화했다. 그 특유의 다이내믹과 파워를 강조하는 대신 서정성을 부각한 점이 악단과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2악장에서 피아노가 바흐를 연상시키는 합창풍 화음(Choral texture)을 펼쳤고, 악단의 현이 정교하게 포개져 깊은 인상을 줬다. 헝가리 민속 리듬이 폭발하는 3악장에서도 그는 템포를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탄력을 조절했다.
2부의 히어로는 단연 지휘자였다. 1부에서 절제된 제스처를 보이던 오라모는 시벨리우스 교향곡에서 액션을 키우며 자신의 해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밝고 추진력 있는 템포를 기반으로 한 오라모의 시벨리우스는 곡에 내재된 비장함과 영웅 서사를 드러내면서도, 민족주의적인 감성을 과장하지 않았다. 대신 유기적인 구조 위에서 차근차근 서사를 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익숙하지 않은 곡임에도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의 매력오라모는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앙코르로 연주하며 느지막하게 성사된 서울 데뷔무대를 슬프지 않게 마무리했다.
한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서울에서 두번째 밤은 26일 이어진다. 이날 공연은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에 이어 브리튼 피아노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이후 대전(27일), 성남(28일)을 거쳐 13년 만의 내한공연 투어 여정을 마무리한다.
노승림 숙명여대 교수·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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