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사법시험, 부활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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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사법시험은 평등과 공정의 상징…'기회의 사다리' 보존 주장도
한국사회에서 사법시험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의 상징이었다. 학력과 경제력,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도전해 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반면 로스쿨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공평한 기회와 거리가 있다. 비싼 학비가 대표적이다.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에 달한다. 3년 동안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가정의 출신은 법률가가 되기 어렵다. 취약계층은 꿈도 못 꾼다. 로스쿨생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서울 지역 명문대 출신이다. 로스쿨이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현대판 음서제’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법시험 폐지의 근거 중 하나는 오랜 기간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고시낭인’ 문제였다. 그런데 ‘오탈자’(五脫者·변호사시험에 5번 떨어진 사람)로 대표되는 ‘변시낭인’이 이제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다양한 전공 출신을 모집해 전문성 있는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매달리면서 고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실력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도 응시할 수 있는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는 것이 해법이다. 해외의 경우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을 선발함과 동시에,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미국은 ‘베이비바(Baby Bar)’ 같은 우회로를 두고 있으며, 일본도 예비시험 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간 문제 없이 공존했고,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로스쿨이 법조인 양성을 독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 '시험 통한 선발' 회귀는 퇴행…제도적 보완 먼저 나서야
사법시험은 고시 낭인 양산, 기수 문화와 전관예우 같은 깊은 병폐를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법시험 부활 논의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를 흔들고, 현행 법조인 양성 체계의 근간을 위협할 것이다.사법시험 부활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했다고 비난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사법시험 마지막 10년간 대졸 미만 합격자가 5명에 불과했던 반면, 로스쿨 도입 이후 9년 간 변호사시험 합격자 중 학점은행제, 방통대 등의 출신은 53명에 달한다. 또한 전체 로스쿨 학생의 약 70%가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다. 신체적,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 특별 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법시험이 개방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시험 준비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사법시험이 부활하면 전공을 불문하고 많은 학부 학생들이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려 대학 교육이 황폐화할 우려가 있다. 사교육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경제력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고 취약계층에는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를 병행하는 것은 제도의 혼란만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의 생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의사, 회계사 등 주요 전문직이 단일 통로로 양성되는 상황에서 법조인만 예외를 두면 형평성 논란도 생긴다. 두 제도를 병행하는 일본은 명문대생들이 대학 교육을 이탈해 학원가로 몰리며 예비시험에 쏠리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로스쿨 제도가 가진 장벽이 문제라면 ‘파트타임 로스쿨’ 등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제도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생각하기 -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사회적 공론화 추진해야
사법시험 부활에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법조계와 법학 전문가들이 공감대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로스쿨 제도 개선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 소모적 논쟁보다는 차분한 숙의와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정성과 효율성을 갖추면서 사회에 꼭 필요한 법조인 양성 체계가 무엇인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양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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