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銀 부당이득 1000억 수준
1조3000억 자율배상도 끝내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많아"
18일 최종 과징금 규모 결정
수천억 수준으로 내려갈 수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5개 은행의 부당이득 규모가 1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이득은 은행의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위반 등과 관련한 판매 수수료 수익이다. 은행이 ELS 투자자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끝낸 상황에서 “조 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이득 규모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행별 부당이득은 500억원 이하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 신한 하나 농협 SC제일 등 5개 은행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부당이득 규모를 1000억~11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ELS 판매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부당이득이 약 500억원이며 나머지 은행도 판매액에 비례해 부당이득 규모가 산정됐다. 부당이득은 은행이 ELS 불완전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을 가리킨다.
부당이득 규모가 중요한 건 과징금 감경에 관한 조항 때문이다. 지난해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부당이득의 10배가 넘는 과징금에 대해 감경할 수 있다. 따라서 부당이득 규모가 1000억원이면 1조원을 초과하는 과징금을 감액할 수 있다.
현재 산정된 부당이득(약 1000억원)은 금감원이 제재 과정에서 책정한 수치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제재의 최종 결정권자인 금융위가 설명 의무 위반 등과 관련한 부당이득 규모를 더 적게 잡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금감원이 설명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일부 사례가 민사소송 판결에서는 인정되지 않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홍콩 ELS를 판매하며 ‘20년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불완전판매의 주요 근거로 봤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원은 “(모의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건) 은행이 아닌 발행사(증권사)에 적용되는 기준”이라며 설명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1조원대 과징금 인하하나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H지수가 급락해 가입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사건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홍콩 ELS를 판매한 5개 은행에 1조4000억원대 과징금을 의결했다. 당초 사전통보에서는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책정했지만 제재심을 거치면서 액수를 20~30% 가량 줄였다. 국민은행의 과징금이 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하나은행도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최종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건 금융위다.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18일 정례회의에서 5개 은행의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및 기관 제재 수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부당이득 규모 대비 금감원이 책정한 과징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부당이득 회수라는 과징금 제도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부당이득의 10배가 넘는 조 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역대 금융권이 받은 금전적 제재 최대 규모가 200억~300억원 수준인데 은행별로 수천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5개 은행이 이미 1조3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을 완료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사실상 투자자 전원에 가까운 97% 고객에게 자율배상을 끝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안대로라면 은행권이 자율배상과 과징금을 합해 총 2조70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종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소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사후적인 피해 회복과 예방 노력 등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