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36주차 임신 중지 수술…법원, 의사·산모 살인죄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낙태 합헌 이후 형사책임 첫 판결
    산부인과 원장·집도의 법정구속
    임신 36주차에 임신중절 수술을 해 태아가 숨진 사건과 관련, 법원이 4일 병원장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겐 징역 4년, 산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 입법 공백 속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형사 책임의 경계를 판단한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이날 병원장 윤모씨와 산모 권씨 등의 살인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윤씨에겐 벌금 150만원과 추징금 11억5000여만원도 함께 선고됐다. 두 의료인은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다.

    윤씨와 집도의 심씨는 2024년 6월 제왕절개 수술을 한 뒤 태아를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어 냉동고에 넣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또 산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로 기재해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민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병원 경영난을 겪으면서 임신중절 수술을 통해 수입을 얻으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태아가 태어난 이상 한 사람으로 봐야 하며 누구에게도 피해자를 살해할 권리는 없다”며 “피해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살인죄가 성립하는지였다. 형법상 태아는 모체 밖으로 나와야 사람으로 인정된다. 다만 이번 사건은 임신 36주차 태아가 제왕절개술로 모체 밖으로 나온 뒤 숨진 만큼 살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산모와 병원 측은 태아가 모체에서 사망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살인죄 책임을 온전히 피고인들에게만 묻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는 현재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권씨를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나,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법적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한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라며 “출산으로 자신은 물론 자녀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낙태죄 폐지 6년…'36주 낙태' 처벌근거 논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났지만, 태아 살해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36주 된 태아를 강제로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

    2. 2

      '임신중절 의약품 합법화' 재추진에…의료계 반발

      약물 복용을 통한 임신중절(낙태) 합법화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법안이 나오자 의료계는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

    3. 3

      [생글기자 코너] 헌법불합치 결정과 낙태죄

      2019년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 시술을 하던 중 아이가 산 채로 태어나자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태아는 34주차로 몸무게가 2.1㎏이나 됐음에도 의사는 아이를 익사시킨 뒤 의료폐기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