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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헌의 마중물] '왕사남' 광천골 촌장이 보여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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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김영헌의 마중물] '왕사남' 광천골 촌장이 보여준 리더십
    요즘 핫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면 소감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장항준 감독의 작품으로,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된 후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면서 상왕이 되었다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강원도 영월군 광천골로 귀양을 간 단종(1441-1457)과 촌장 엄흥도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 간의 공동체적 인간적인 스토리이다.

    계유정난으로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면서 권력 이야기를 통한 단종의 애사(哀史), 단(배우 박지훈), 엄흥도(배우 유해진), 한명회(배우 유지태), 궁녀 매화(배우 전미도) 등의 명품 연기, 이 영화가 왜 지금 흥행하고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관객 여러분의 몫으로 하자. 필자는 광천골 촌장 엄흥도의 마을 경영 마인드가 조직 경영에 주는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 Stephen Robbins 교수에 따르면 영리 조직이든 비영리 조직이든 모든 형태의 조직에서는 경영(Management)이 필요하다. 마을 경영도 예외는 아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 단종이 폐위된 후 강원도 영월로 유배되었으며, 그곳에서 결국 죽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였지만, 영화의 줄거리 대부분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졌다. 15세기 조선시대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이 지금 21세기 리더들에게 조직 경영에 대한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

    첫째는 광천골 촌장으로서 엄흥도의 마을 경영의 목적과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리더십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안고 산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 사람들과 노루사냥을 갔다가 호랑이에게 쫒기면서 길을 잃고 이웃 마을인 노루골로 가게 된다. 그런데 그곳 마을은 형조 판서 등 고관대작들의 유배지가 되면서 당사자들의 복권을 기대하는 이들이 가지고 온 음식과 귀한 물건들이 낙수처럼 주변 민초들에게 흘러 내려와 풍족하게 먹고 사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다. 영월로 귀향온 인물들이 다시 득세하게 되면 가난한 광천골도 잘 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엄흥도는 확신하게 된다.

    이에 엄흥도는 마을 사람들에게 쌀밥과 고기를 먹이기 위해 영월군수에게 광천골의 청령포는 삼면이 물로 쌓여있는 자연 환경으로 최적의 유배지라고 설득한다. 마을 사람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마을 촌장의 경영 목적인 것처럼, 조직의 CEO와 리더는 조직의 미션과 비전, 사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의 워라밸과 안정적인 삶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마을 촌장의 경영과 관련하여 2005년 개봉된 <웰컴 투 동막골> 영화를 소환하게 된다. 1950116.25 전쟁 시기 함백산 절벽 속에 숨겨진 평화로운 마을인 동막골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척후대와 떨어져 길을 잃은 국군, 쫒기던 인민군, 그리고 비행기가 추락해 불시착한 미군까지 기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에서 인민군 장교 리수화(배우 정재영)는 마을 촌장에게 이렇게 묻는다.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뭐드래요?” 이 질문에 뭘 좀 마이 멕여야지(많이 먹이면 된다)“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엄흥도가 꿈꾸는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둘째는 엄흥도의 진심을 다하는 소통으로 인한 신뢰 관계의 구축이다. 공교롭게도 광천골에서 첫 유배자로 맞이 한 사람은 단종이다. 한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한 단종을 진심을 다해 포용하는 엄흥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단종을 진정한 광천골 식구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단종은 청령포에 도착하면서부터 식음을 전폐한 채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을 가깝게 대하지 않는다. 그래도 엄흥도와 광천골 사람들은 먹지 않고 버티고 있는 단종을 어떻게든지 먹이기 위해 노력한다. 먹어야 살 수 있지 않은가? 광천골 사람들은 마음이 담긴 정성스러운 밥상을 계속 차려 단종에게 올린다. 결국 단종은 밥상에 올라온 반찬을 만든 사람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그러면서 엄흥도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단종과 진솔한 삶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한편 영화에서 마을 사람들과 호랑이가 맞닥뜨리면서, 마을의 연장자(배우 오달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호랑이는 한명 만 먹으면 돌아갈 것이라며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역시 엄흥도의 리더십으로 평소 마을 전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화합의 공동체 모습이다. 결국 단종이 필사의 힘을 다해 활을 쏴 호랑이를 잡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을 구하게 되고, 단종도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 진심을 담은 이해와 존중, 그리고 희생 정신이다. 세상의 기준은 변하지만, 진심은 시대를 넘어 반드시 통하는 법이다. 누구도 진심은 숨길 수 없고, 드러나게 마련이다.

    셋째. 의로운 일을 하는 엄흥도의 모습이다. 영화에서 단종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주고, 한명회, 영월군수 등과의 사이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한다. 특히 버려지고 방치됐던 단종의 주검을 수습하며 후환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엄흥도는 의로운 일을 하고 화를 당하는 것은 내가 두려워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가족을 이끌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났다고 전해진다. 후대 숙종대에 복권되면서 단종의 능인 영월의 장릉에 배식단이 세워지고 단종의 충신 32인이 봉안되었는데, 여기에 엄흥도도 들어있다. 그 후 영조는 엄흥도의 선행을 재평가하여 그에게 참판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CEO와 리더들은 조직 운영과 조직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누가 옳은가?’가 아닌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조직에서 무엇이 옳은가보다 먼저 누구의 편에 선다는 것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사람이 어질지 못한 것은 사사로운 마음이 끼어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리더 자신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의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왕과 사는 남자> 영화에서 엄흥도가 보여준 마을 경영의 목적과 본질 중심의 실천적 리더십, 상대에게 진심을 다하는 소통과 신뢰 관계 구축,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의로운 일을 하는 모습 등은 조직 경영을 하는 CEO와 리더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김영헌 경영자 전문코치, 경희대 경영대학원 코칭사이언스 전공 주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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