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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 문턱 높은 '위고비 쌍둥이' 당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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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 "급여 규제 지나쳐"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
    이달 건보 적용 시작됐지만
    남용 방지 이유로 처방 난항

    "규제가 환자 건강 위협" 지적도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약 ‘오젬픽’이 이달 국내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했지만 높은 처방 문턱 때문에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비만약 ‘위고비’와 같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여서 정부가 남용을 막기 위한 급여 조건을 내걸어서다. 오젬픽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부작용 위험이 큰 약을 일정 기간 투여받아야 하는 등 오히려 환자 건강을 위협하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방 문턱 높은 '위고비 쌍둥이' 당뇨약

    ◇이달부터 건강보험 적용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말 오젬픽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해 이달 1일부터 조건에 맞는 당뇨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약을 쓸 수 있게 됐다. 약가는 초기 용량(0.5㎎) 한 달분이 7만3528원, 유지 용량(1.0㎎) 한 달분이 13만9703원으로 정해졌다. 당뇨 환자의 동네의원 부담금이 20%인 것을 고려하면 월 1만4710~2만7940원에 쓸 수 있다. 환자가 30%를 내는 대학병원에서도 2만2060~4만1910원이면 투여할 수 있다. 비만 환자가 같은 성분의 위고비를 투여할 땐 보험 혜택을 못 받아 월 20만~4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당뇨 환자 약값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대학병원에서 약을 처방하려면 병원별 약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은 지난달 말 고시 개정에 맞춰 오젬픽 처방을 위한 내부 절차를 마쳤다. 아직 약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병원도 다음달께 대부분 절차가 마무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별 약사위 일정과 노보노디스크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하면 4월엔 국내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 “활용 힘들어”

    국내 보험 시장에 GLP-1 계열 당뇨약이 진입한 것은 일라이릴리의 ‘트루리시티’ 등에 이어 세 번째다. 릴리의 후속 비만·당뇨약 ‘마운자로’도 당뇨 치료용으로 국내 보험 시장에 진입하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하고 있다. ‘체중 감량 시대’를 연 GLP-1 계열 차세대 신약이 급여 항목에 들어갔지만 의료계에선 활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급여 조건을 강화해서다.

    오젬픽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이거나 인슐린을 못 쓰는 환자 중 기존 당뇨약(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을 2~4개월 투여해도 당화혈색소 수치(HbA1C)가 7%를 넘을 때만 쓸 수 있다. 이때도 메트포르민, 설폰요소제와 함께 3제 요법으로 투여해야 한다. 인슐린 투여 환자가 오젬픽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앞서 2016년 진입한 트루리시티와 조건이 같다. 하지만 오젬픽엔 추가 규제가 생겼다. 의사는 환자의 이전 처방이력과 체질량지수, 당화혈색소 수치를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국내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트루리시티는 서류 제출이 필요 없어 의사 재량껏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했다”며 “오젬픽은 약을 쓴 뒤 서류 심사 결과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급여 삭감을 당할 수 있어 처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은 의사 판단에 맡겨

    정부가 10년 전 만든 급여 조건을 고수하면서 의료 현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폰요소제는 저혈당 위험 때문에 처방이 줄고 있다. 최근엔 이를 대신해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등을 활용한다. 오젬픽을 쓰려면 부작용 위험이 큰 약을 2~4개월가량 일부러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건에 맞추려다 환자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빡빡한 조건 탓에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HbA1C 6.5~6.9%로 고위험인 환자조차 약을 못 쓰게 됐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영국은 급여 조건으로 메트포르민과 다른 두 약물을 함께 써도 듣지 않으면 약 한 개를 GLP-1으로 바꾸도록 했다”며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의사 판단에 맡긴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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