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국내서도 안약으로 노안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린다. 국내 시판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제품들이 미국서 허가받으면서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부작용을 줄인 차세대 노안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자 제품 도입에 나서는 국내 제약사가 늘고 있다.
◇ 광동 “노안 안약 허가 속도 높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바이오기업 텐포인트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노안 치료용 안약 ‘유베지’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노안 증상이 있는 사람이 이 안약을 눈에 넣으면 30분 뒤부터 증상이 개선된다. 허가용 임상 시험에선 사물을 가까이 볼 때 시력이 검사표 상 평균 세줄 정도, 최대 10시간가량 좋아지는 효과를 입증했다.
국내 판권은 광동제약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이 약의 미국 허가 여부가 국내 도입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허가 전엔 규제당국이 근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업체 관계자는 “일부 약은 한국 도입을 위해 추가 임상을 해야 하지만 이 약은 이런 ‘가교 임상’이 면제된다”며 “이번 승인 데이터가 국내 허가 심사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가 없으면 올해 승인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부작용 적은 약물로 시장 개화
노안은 가까운 곳을 볼 때 수축해야 하는 모양체 근육과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상태다. 45세 이후부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급증한다. 국내 노안 인구는 2500만명으로 추정된다. 노안 치료용 안약은 약물로 근육에 긴장감을 더해 근거리 시력을 조정하도록 돕는다.
과거엔 녹내장 치료에 주로 쓰이는 성분(필로카르핀)의 농도만 낮춘 약이 노안 보조제로 활용됐다. 하지만 약 작용 범위가 정교하지 않아 근시가 악화하는 일이 흔했다. 가까운 사물을 잘 보게 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먼 거리 사물이 흐려 보이는 것이다. 부작용으로 두통도 많이 생겼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지 못했던 이유다.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후속 신약이 허가받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9월 허가받은 미국 렌즈테라퓨틱스의 ‘비즈’는 모양체 근육엔 영향을 주지 않고 홍채 괄약근만 자극하는 성분(아세클리딘)이다. 약효가 오래 가면서도 눈썹 부위 통증 등을 해소했다. 이번에 허가받은 유베지는 두 가지 다른 성분을 합친 첫 이중 복합제다. 기존 필로카르핀 성분 약물도 ‘개량’해 다른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약 작용 시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대우제약·옵투스제약 도전장
국내 추가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대만 로터스제약은 지난해 12월 한국 식약처에 비즈의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이미 미국 허가를 받은 이 약의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여러 제약사가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국내 상용화가 기대된다.
옵투스제약은 2024년 미국 바이오기업 오라시스파마슈티컬스로부터 다른 노안 치료용 안약 ‘클로시’ 국내 도입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2021년 미국 앨러간이 노안 치료제로 허가받은 뷰이티와 같은 필로카르핀 성분이다.
대우제약도 같은 성분의 녹내장 치료제 ‘필로스타’를 노안 치료제로 쓰기 위한 후속 임상에 나섰다. 업계에선 적응증 추가용 임상이 마무리되려면 2~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