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관세·운송 줄이자"며
6년전 美공장 4650만弗에 인수
3억弗 추가 투자해 생산 확대
AI 붐 타고 변압기 수요 쏟아져
"8년뒤 2배 커질 美 시장 공략"
효성중공업이 미국 송전망 운영업체로부터 7800억원에 이르는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따냈다. 한국 기업이 수주한 전력기기 단일 계약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인수한 뒤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에 나선 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부른 ‘전력기기 품귀’ 현상과 맞물려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커지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
효성중공업은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멤피스 공장과 한국 창원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2028년부터 2031년까지 공급한다. 이들 제품은 미국 중동부 지역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 시설에 들어간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내 765㎸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최강자다. 지난해 미국의 한 전력회사로부터 765㎸ 초고압 변압기와 800㎸ 초고압 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미국에 설치된 765㎸ 초고압 변압기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했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전망도 밝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면서 여기에 전기를 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 건립 계획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서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과 공장 등에 송전하기 전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하는 기기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345㎸, 500㎸ 대비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증가한다. 효성은 미국 변압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2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2034년 257억달러(약 37조5000억원)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65㎸급 초고압 변압기는 대당 60억~100억원 정도인 일반 변압기보다 비싼 150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20%에 이른다. 미국에서 765㎸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밖에 없다. 세계 1위를 다투는 지멘스와 GE버노바는 멕시코에서 제조한 변압기를 미국에 들여온다. 멕시코산 제품은 원산지 요건 등에 따라 관세를 내야 할 뿐 아니라 부피가 큰 변압기 특성상 운송 비용이 더 든다.
◇수주전 맨 앞에 선 조현준 회장
업계에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한발 빠른 선제 투자가 이번 수주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변압기 사업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2020년 2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4650만달러에 멤피스 공장 인수를 주도한 사람이 조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 회장은 회사 내부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대당 1억원이 넘는 운송 비용과 관세를 줄이기 위해선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AI산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안정적인 전력망부터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은 전력산업을 방위산업 수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장 인수 후 효성은 총 세 차례 증설 과정에서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이뤄지는 3차 증설이 완료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의 HD현대일렉트릭 생산 공장을 제치고 미국 최대 초고압 변압기 생산 공장이 된다.
조 회장이 매년 수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등과 교류한 것도 효성의 미국 사업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