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도 못 말린다…영하 날씨에 민소매 입고 '헛둘헛둘' [현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실내 마라톤부터 비닐 트랙까지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러닝 열기
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러닝 열기
1일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1전시관. 한겨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옷차림의 러너들이 모여있다. 사회자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민소매나 반팔·반바지 차림의 참가자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곳에서는 전날부터 이틀간 '2026 인사이더런 W'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러닝 플랫폼 러너블이 '인도어 정규 10km 마라톤' 형식으로 기획한 행사다. 참가자가 1km 트랙을 열 바퀴 돌면서 10km를 완주하는 방식이다. 트랙은 '안전 차선'으로 불리는 인코스와 '추월 차선'으로 불리는 아웃코스, 총 두 개의 레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함께 온 가족·친구들과 여유롭게 인코스를 즐기는 러너도,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숨 가쁘게 아웃코스를 뛰는 러너도 있었다.
◆ 반팔·반바지 입고 더 좋은 '기록' 도전하는 러너들
주최 측은 날씨가 대회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희수 러너블 팀장은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정규 대회 자체가 줄어들고 러너들도 훈련하기 어렵다"며 "기온과 바람 같은 외부 변수를 차단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실내 환경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기록을 내려면 몸이 가벼워야 한다"며 "러닝하는 사람들은 뭘 많이 걸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다. 함께 온 러닝 크루 역시 "밖에서보다 훨씬 잘 뛰었다"고 했다.
인천에서 온 방모(27) 씨도 "옷이 가벼워서 기록이 잘 나왔다"며 웃었다. 이어 방 씨는 병목 현상이 적은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반 마라톤은 만 명 넘게 뛰는데, 여기선 한 타임에 천 명 정도라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고 했다.
야외 러닝과 비교했을 때 이번 행사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방 씨는 "달리는 동안 목이 칼칼했다"며 "원래 10km 뛸 때 목이 잘 마르지 않는 편인데, 여기서는 2km 뛸 때부터 목이 말랐다"고 했다. 또 그는 "코너가 많아서 평소 안 아팠던 무릎이랑 발목에 무리가 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재참가 의사를 밝힌 이들이 많았다. 김덕훈(34) 씨는 "전시장 안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게 색달랐다"며 "겨울마다 이런 대회가 있으면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러닝화와 의류, 액세서리를 파는 판매 부스도 운영됐다. 한 참가자는 "이어폰을 새로 샀는데 20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달리기를 중심으로 체험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였다.
◆ '비닐 트랙'에서 걷고 뛰는 시민들
이날 방문한 파주스타디움 동계 러닝구장에서는 러닝을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계 러닝구장은 400m 트랙 6개 레인을 비닐로 덮은 구조였다. 외투와 가방을 둘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찬바람이 부는 오후 1시에도 트랙 위에는 러너들이 이어졌다.
인근 주민들은 동계 러닝구장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동계 러닝구장을 이용한다는 허허모 씨는 "밖은 바람이 너무 차서 못 뛰는데 여긴 온도가 유지돼 편하다"고 했다. 그는 "얇은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데, 많이 뛰는 사람은 반팔·반바지도 입는다"고 말했다.
고양 덕양구에서 온 박진제(56) 씨는 "가족 단위로 많이 온다"며 "추우니 밖에서는 아이들이 운동을 못하니까 부모들이 데리고 와서 같이 걷는다"고 말했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동계 러닝구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민들이 꾸준히 찾아왔다.
러닝 인구 1000만 명 시대다. 러너블의 '2026 인사이더런 W'부터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계 러닝구장'까지, 한겨울에도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연일 강추위가 이어지지만 러닝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는 분위기다. 러닝은 이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