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대규모 미국 투자, 생존 전략이자 절호의 기회" [KED글로벌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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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D글로벌(Global)은 지난 8일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전략적 해외투자와 기업가치 창출: 고려아연 미국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의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이 최근 74억달러 규모(약 10조원)의 미국 제련소 투자 계획 발표하자 “미국의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 배경 등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미국 공급망에 편입되느냐의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는 경제안보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평했다.
"공급망 재편 속 미국이 선택한 해법, 고려아연"
주제 발표에 나선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본질이 반도체와 배터리를 넘어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광물의 제련·가공 단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핵심 광물 자원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상업적 규모로 처리할 수 있는 자국 내 제련 역량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패권 경쟁의 ‘병목’은 광산이 아니라 제련과 가공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미국이 선택한 해법이 고려아연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은 단순한 외국 기업이 아니라, 자국 내 핵심 광물 공급망을 복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통합 제련 기술과 다종 금속 처리 역량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유 원장은 미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사업인 만큼 사업성이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총 74억달러 규모지만, 전체 투자비의 90% 이상을 미국 정부 정책금융과 외부 자금으로 조달하고 고려아연은 10% 미만을 투입하는 구조”라면서 “그럼에도 제련소를 100% 자회사로 소유하는 방식은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평가받을 만한 사례”라고 했다. 수익성 전망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2029년 이후 연간 약 9억달러, 원화 기준 약 1조3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이 예상되며 이는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맞먹는 수준”이라며 “단일 프로젝트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동시에 달러 기반 수익 구조를 갖춘다는 점에서도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번 투자는 단기 수익성만 보고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안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질서 속에서 고려아연이 어디에 위치하느냐를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미국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편입되는 순간 고려아연의 사업 위상과 시장 평가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핵심 광물 기업으로의 재평가 계기"
첫 토론자로 나선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설계된, 극히 안정적인 사업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자국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선택한 사업”이라며 “정책금융, 지분 참여, 장기 차입 구조 등을 통해 사업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미국 정부가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위험은 제한되고, 전략적 가치와 수익성은 명확한 구조라면 기업 입장에선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투자”라고 말했다.이번 투자를 기업가치 관점에서 바라본 이영민 서울대 경영대학 산학협력교수는 “미국 정부 투자를 받은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 선례처럼 고려아연 역시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재평가의 강한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짚었다. 그는 “다만 이런 대규모 투자일수록 경영진은 투자 결정 과정과 목적이 기업의 지속 성장과 주주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며 “이번 투자가 모든 주주가 공감할 수 있는 기업가치 도약의 계기가 되려면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혜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제도적 관점에서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와 같은 공급망 규제가 상시화된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칩스법(CHIPS Act) 등 미국 규제 체계 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격성 확보라는 관점에서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급변하는 안보 규제 환경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최경규 동국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전략적 관점에서 의미 부여했다. 최 교수는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을 국가안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며 고려아연을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한 것 자체가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진입장벽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산업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는 미국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이번 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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