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뉴요커 머리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이 펼쳐졌다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세계 아홉번째 상설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뉴욕'

    몰입형 미디어아트 선두
    韓 디스트릭트의 야심작
    최적 장소 찾으려 4년 물색

    빛·향·소리 '오감만족'
    '부산행' 음악감독 장영규
    佛 조향학교 교수와 협업

    고흐·모네·르누와르…
    사방이 온통 오르세 명화
    그림 속 산책 진기한 경험
    ‘어둠이 내릴 때 바다는 깨어난다’는 뜻을 담아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비치 나이트 비잉’. 사진은 빛의 입자가 만들어 낸 범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왼쪽)과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바닥에 앉아 작품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모습. /아르떼뮤지엄뉴욕 제공·빈난새 특파원
    ‘어둠이 내릴 때 바다는 깨어난다’는 뜻을 담아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비치 나이트 비잉’. 사진은 빛의 입자가 만들어 낸 범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왼쪽)과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바닥에 앉아 작품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모습. /아르떼뮤지엄뉴욕 제공·빈난새 특파원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0일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변을 따라 길게 뻗은 첼시 피어엔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인파가 북적였다. 한때 대서양 횡단 여객선의 관문이었던 이 항만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예술과 문화가 결합한 뉴요커의 여가 공간으로 거듭난 지 오래다. 실내 축구장과 아이스링크, 공연장과 레스토랑까지 사계절 사람이 붐비는 이곳에 새로운 ‘핫플’이 추가됐다. 지난 9월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뉴욕’이다. 산타 모자를 나눠 쓴 연인과 친구, 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들까지, 추운 날씨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얼굴들엔 따뜻한 기대감이 서렸다.

    예술의 도시 뉴욕에 미국 두 번째 전시관

    인상주의 명화를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지자 걸음을 멈춘 관람객들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인상주의 명화를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화려하게 펼쳐지자 걸음을 멈춘 관람객들이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한국의 디지털 디자인·아트 전문 기업 디스트릭트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선보인 상설 전시관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거대한 파도가 치는 공공 미디어아트 ‘웨이브’로 이목을 끈 이 회사는 2021년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100m 길이의 스크린을 폭포로 변모시킨 ‘워터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르떼뮤지엄의 미국 진출은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뉴욕이 두 번째다.

    4800㎡ 규모의 상설 전시관은 맨해튼의 예술 지구 첼시의 서쪽 끝, 첼시 피어(항구) 안에 자리 잡았다. 천장이 높고 기둥 간격이 넓은 항구 구조의 스케일 덕분에 초대형 미디어아트를 구현하기에 이상적이다. 디스트릭트는 이 공간을 찾기 위해 4년간 맨해튼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벽과 바닥, 높은 천장까지 공간 전체가 하나의 캔버스로 변해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관람객은 빛과 영상, 공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하나가 된다.

    이곳 뉴욕 전시관의 주제는 아르떼뮤지엄의 대표 테마인 ‘영원한 자연’이다. 예술 지식이 없어도, 국적과 세대가 달라도 누구나 즐기고 사색할 수 있는 주제가 자연이라는 철학에서다. 뉴욕 전시관엔 자연의 아름다움과 빛의 예술을 융합한 16개의 대형 미디어 작품을 전시했다. ‘포레스트’ ‘웨이브’ 등 한국에서도 사랑받은 작품은 물론 뉴욕만의 특색을 반영한 미디어아트를 만날 수 있다.

    빛과 향, 소리로 몰입도 최고

    번잡한 도심 한복판, 빛으로 만들어 낸 자연을 만난 관람객들은 저절로 마음의 짐을 허문다. 깜깜한 복도를 지나 첫 작품인 ‘플라워’의 공간에 발을 들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사방을 가득 채운 장미꽃과 은은한 장미 향은 겨울바람에 오그라진 오감을 깨우고, 걸음을 옮기는 대로 반딧불이와 나비가 모여들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몰입의 경험은 밤바다를 표현한 공간(‘비치 나이트 비잉’)에서 한층 깊어진다. 밤하늘과 바다의 지평선이 이어진 깊은 어둠 속 은하수 같은 별빛과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빛의 입자가 빚어낸 범고래와 돌고래, 바다거북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관람객들은 부산하게 사진을 찍던 손을 잠시 쉬고 바닥에 앉아 한참 사색을 즐겼다.

    빛의 향연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토네이도’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텅 빈 공간에서 우아하게 솟아오르는 회오리 기둥은 군더더기 없이 자연의 바람을 재현했다. 깨끗한 바람 그 자체를 연상시키는 향도 독특하다. 디스트릭트는 관람객의 몰입을 돕기 위해 모든 공간에 각각의 미디어아트와 어울리는 음악과 소리, 향을 만들었다. 음향은 ‘정년이’ ‘부산행’ 등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 음악감독, 향기는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 그라스에 자리한 조향학교 GIP의 마리안 나브로키 사바티에 수석교수와 협업했다.

    오르세의 명화 속을 거니는 경험

    아르떼뮤지엄 뉴욕 전시장 앞에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빈난새 특파원
    아르떼뮤지엄 뉴욕 전시장 앞에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빈난새 특파원
    아르떼뮤지엄 뉴욕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 공간인 ‘가든’이다. ‘뉴욕이 곧 예술’이라는 주제의 첫 작품은 뉴욕 전시관을 위해 특별 제작됐다. 꿈, 다양성, 사랑 세 가지 키워드를 뉴욕의 지하철과 거리 예술, 센트럴파크와 덤보 등 뉴욕만의 상징들로 화려하게 풀어냈다.

    이어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 협업한 전시는 또 다른 결의 몰입을 선사한다. 기차역에서 출발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술관으로 변모해 온 오르세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연출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아이디어다. 사조별, 작가별 대표작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구간에선 반 고흐와 밀레, 모네, 르누아르, 드가의 명화가 사방으로 펼쳐지며 관람객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인다. 뉴욕에서 평생 살았다는 배리와 프레드 부부는 “오르세미술관을 직접 가보지 못했는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붓자국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듯한 경험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정식 개관 3개월 만에 누적 관람객이 13만4000명을 넘어섰다. 주말에는 하루에도 많게는 4000명이 찾는다. 디스트릭트는 내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올랜도, 일본 나고야 등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1평 매장서 창업한 '無수저'…'3無, 3不 정신'으로 이겨냈죠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76)은 국내 아웃도어산업의 탄생과 성장을 현장에서 만들어온 1세대 창업주다. ‘등산 장비 시장’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1970년대, 그는 서울 동대문의 3.3㎡(1평)짜리 ...

    2. 2

      케빈 김 美대사대리, 두 달여 만에 본국행…대사 공석 길어질 듯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사진)가 부임 70여 일 만에 퇴임해 미국으로 복귀했다. 김 대사대리는 워싱턴DC에서 한반도 문제와 한·미 팩트시트 이행 관련 업무를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7일 외교...

    3. 3

      파격과 낭만의 성·찬…쇼팽·슈만을 만나다

      조성진과 임윤찬. 세계가 열광하는 두 피아니스트의 2026년은 ‘파격’과 ‘낭만’으로 요약된다. 과감하게 레퍼토리를 확장해 나가는 조성진,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임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