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서양 입맛?…‘어쩔수가없다’ 美서 ‘실속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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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
45개 극장 '제한상영' 속 '실속흥행'
"박찬욱 북미 개봉작 중 가장 좋은 성적 기대"
45개 극장 '제한상영' 속 '실속흥행'
"박찬욱 북미 개봉작 중 가장 좋은 성적 기대"
8일 미국 영화흥행 순위 집계 플랫폼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는 지난 주말(2~4일) 기간 약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전체 개봉작 중 12위를 기록했다. ‘아바타: 불과 재’ ‘주토피아2’부터 최근 북미 영화시장에서 신진 명가로 떠오른 A24가 역대 최대 제작비를 쏟아부은 ‘마티 슈프림’ 같은 쟁쟁한 작품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골수 영화팬과 영화계 관계자를 노린 ‘제한 상영’(Limited Release)이긴 하지만, ‘전국 상영’ 영화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보여준 셈이다.
45개 극장에서 실속 챙겨
눈길을 끄는 지점은 상영관 수와 상영관 당 평균수익(PTA)이다. 순위권에 오른 다른 영화들이 적게는 312개(햄넷·75만 달러)에서 많게는 3835개(아바타3·4100만 달러)의 극장에서 관객을 동원한 것과 달리 ‘어쩔수가없다’는 단 45개 극장에서만 상영됐기 때문이다.
‘어쩔수가없다’는 성탄절 연휴인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오스틴 5개 도시 13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이달 들어 45개로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주요 대도시 거점 위주로 운영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어쩔수가없다’의 북미 개봉은 오는 3월 열리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상업극장에서 1주일 이상 상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예술영화와 해외영화들은 이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일반적으로 소규모 제한 상영을 택해왔다.
CJ ENM 관계자는 “개봉 2주 만에 약 2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이 나왔는데 적은 상영관 수를 고려하면 고무적”이라며 “향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박찬욱 감독의 북미 개봉작 중 가장 좋은 스코어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보다 미국 입맛에 맞는 영화”
현지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으면서 흥행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영화에 대한 현지 평단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영화 비평 플랫폼 로튼토마토에서 ‘어쩔수가없다’는 비평가 98점, 일반 관객 93점을 기록 중이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잔혹한 시대를 위한 잔혹한 이야기로, 부식성 강한 유머와 박찬욱 특유의 감각이 깊게 배어 있다”고 했다.
감독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 단독주택 거주의 의미, 취업을 위해 살인을 시도하는 발상, 총을 사용하는 장면 등이 한국보다 북미 관객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박 감독이 지난달 NYT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로, 미국이 자본주의 심장부인 만큼 이곳에서 이야기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오랜 시간 미국에서 제작·촬영을 추진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어쩔수가없다’는 이달 하순부터 상영 극장을 북미 전역으로 대폭 늘리는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에 나선다. 영화 애호가 등 소수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대중 관객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영화의 북미 배급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배급했던 네온(NEON)이 맡고 있다. 앞서 ‘기생충’은 2019년 10월 3개 극장으로 개봉해 약 2주 만에 33개로 늘린 뒤 11월부터 최대 620개 극장으로 확장해 흥행했다. 개봉 첫 주말에만 13만 달러의 높은 PTA를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입소문을 탄 영향이다.
영화가 흥행할 경우 오스카 레이스를 치고 나갈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음 달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에선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에 올라 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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