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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우린 왜 쿠팡을 떠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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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겹 규제 탓에 대안 찾기 힘들어
    소비자 선택권 넓히는 정책 필요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우린 왜 쿠팡을 떠나지 못하나
    최근 국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저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린 쿠팡을 떠나지 못하는가”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 이후 쿠팡 탈퇴가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주변을 봐도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이용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는 쿠팡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을 대체할 만한 실질적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은 ‘배달의민족’에서도 반복돼 왔다. 논란은 커지지만 시장 점유율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이 괴리는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유통·플랫폼산업은 이제 전기·통신처럼 국민 일상에 밀착한 생활 인프라가 됐지만, 이를 사실상 지배하는 주인은 대부분 해외 자본이다. 대체재 없는 시장에서 기업은 소비자 분노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떠날 수 없는 소비자는 결국 무시해도 되는 존재가 되기 쉽다. 그렇다면 왜 국내 자본의 유통·플랫폼 대체재는 성장하지 못했을까. 흔히 규제를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문제는 규제의 존재가 아니라 국내 기업이 커질수록 부담이 커지도록 설계된 규제의 ‘방향’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 취지 및 가치 판단과는 별개로, 산업 구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규모를 키울수록 노무 책임 범위가 예측 불가능하게 확장되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구조에서 누가 국내 대체재에 장기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가. 해외 자본은 본사와 법인을 분리해 이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은 성장 자체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여서 장기적 투자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상속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정 규모에 이른 기업을 국내에 남기기보다 매각하거나 외국 자본에 편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에서는 국내 자본의 축적이 어렵다. 그 결과 국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는 외국 자본이 차지한다. 금산분리 규제 역시 그 취지를 존중하되, 대체재 형성의 관점에서 적용 결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유통과 플랫폼의 경쟁력은 물류, 데이터, 결제, 금융 결합에서 나오지만 국내 기업에는 이런 결합이 제한되고 해외 기업은 이미 완성된 구조로 경쟁에 들어온다. 동일한 경기장에서 한쪽만 족쇄를 찬 셈이다.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행정 관점에서도 공정거래의 역할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 정책의 목적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데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대통령 역시 정책 성과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국민 입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얼마나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쿠팡에 역대 최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해도 쿠팡 말고 대안이 여전히 없다면 국민 일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쯤에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쿠팡의 태도가 적절했는가를 넘어 “왜 이런 태도가 시장에서 제어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답은 분명하다.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라 규제 기준을 ‘국내 대체재’로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유통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산업에서만큼은 국내 기업이 커질수록 불리해지는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쿠팡 이후에도 우리는 또 다른 ‘떠날 수 없는 기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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