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에 흘러간 '수상한 205억'…'상폐' 위기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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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상대 '수상한 돈벌이'…솔본의 민낯
자문료 명목 205억 빼내
동원당한 인피니트헬스케어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 몰려
자문료 명목 205억 빼내
동원당한 인피니트헬스케어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 몰려
◇ 실체 없는 자문수수료 지급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지난 10여년간 솔본에 205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경영자문, 자산운용 등의 명목이다. 솔본의 오너 일가는 이같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1인당 연 3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고 있다.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디지털화해 컴퓨터로 전달해주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구축을 본업으로 하는 인피니트헬스케어는 2020년부터 자산운용에 대한 대가를 솔본에 지급하기 시작했다. 2020년 18억원 수준이던 지급액은 지난해 34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3분기까지 지급한 수수료는 약 26억이다.
솔본은 올해 인피니트헬스케어와 위탁액 2%, 수익률이 기준을 초과하면 초과분의 20%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자금운용보수 계약까지 맺었다.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탈 수수료 구조와 비슷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업 라이선스도 없는 회사에게 이 같은 금액을 보수로 지급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이사회 결의도 없이 솔본에 용역비를 지급해 왔다. 홍 회장은 솔본과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이해상충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도 없이 거액의 자문료가 꾸준히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소액주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가 제기되자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지난 8월 뒤늦게 이사회를 열어 과거 계약 체결을 추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이사회가 추인했다고 해서 그 효력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 오너 일가가 수익 독식
인피니트헬스케어로부터 받은 자문수수료는 배당 및 급여 명목으로 솔본을 지배하는 오너일가(지분율 60.26%)에 흘러갔다. 솔본에는 홍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홍 회장의 부인인 이혜숙 부회장과 딸인 홍수현씨가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등기이사들은 작년 1인당 평균 3억500만원의 급여를 솔본으로부터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은 미국 ETF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본업 투자 확대를 내세운 김동욱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와 충돌했다. 김 대표는 “인피니트헬스케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홍 회장이 중국 시장 등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구조조정 및 ETF 투자 확대에 대해 반대하는 김 전 대표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김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해임시켰다. 홍 회장은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 수십명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피니트헬스케어의 직원 수는 2023년 말 323명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246명으로 줄었다.
모회사와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 1016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을 낸 알짜 회사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돌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회사 지배구조를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8일 이 회사를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시장에서는 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는 대신 경영 투명성 개선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현 상태로 내버려두면 피해는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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