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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사립대 등록금 규제, 17년 만에 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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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등록금 동결' 강제한
    국가장학금 2유형 폐지키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육부가 17년간 이어져 온 사립대 등록금 규제를 완화한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급하지 않는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다. 오랜 등록금 규제로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립대 재정 여건 악화 및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2027년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하고, 대학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2유형을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등록금 인상 대학에 국가 장학금 2유형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해왔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분위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지급되는 1유형과 대학에 지급되는 2유형으로 나뉜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 지원금을 배분하면 대학이 그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2유형이다. 배분 기준은 등록금 동결·인하 노력에 달려 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등록금을 아예 올리지 못한 배경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사립대 실질 등록금은 2011년 885만2000원에서 2023년 685만9000원으로 22.5% 감소했다.

    등록금에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학 재정은 점차 열악해졌다. 등록금 수입 대비 경상비 지출 비율이 98.5%까지 올라가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쓰고 나면 교육 혁신을 위한 투자는커녕 시설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 사립대 총장은 “과거엔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을 다니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엔 국가장학금 지급 범위가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크게 줄었다”며 “반면 대학 재정은 지속해서 악화해 시설 투자 및 인재 영입에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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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사립대 등록금 규제, 17년 만에 완화한다
    글로벌 석학들을 영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대학과 기업들이 ‘인재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대학들은 낮은 보상으로 핵심 인재들을 오히려 해외에 뺏기는 신세가 됐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주요 사립대가 올해 초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포기하는 ‘페널티’를 감수하며 등록금을 4~5%씩 인상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까지 나서 “대학 시설이 초등학교만 못하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등록금 인상에 찬성했다.

    이 밖에 등록금 인상 시 대학들에 적용됐던 정부의 암묵적인 규제도 사라진다. 더 이상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나온 만큼 올해 사립대학들은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등록금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대학의 오랜 재정난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전 3개년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 이내’라는 법정 인상 상한선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7월 등록금 인상 상한선을 1.5배 이내에서 1.2배 이내로 낮추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내년 1학기 등록금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사립대에 대해선 등록금 규제를 완화하지만, 국립대에는 등록금 동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에 대해선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포함해 다양한 재정 지원이 늘어날 예정인만큼 학생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등록금 동결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민주권정부에서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지역거점 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며 “그 학교들이 살아남음으로써 지역이 함께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내년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은 8855억원으로 올해(4242억원)의 두배 수준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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