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프랜차이즈법 개정에 뒤에서 웃는 노동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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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 권익 지킨다는 입법 목적
현장선 외부단체 개입 우려
고윤상 유통산업부 기자
현장선 외부단체 개입 우려
고윤상 유통산업부 기자
지난 11일 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점주들이 일정 요건을 갖춰 조직을 구성하면,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와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의 명분은 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의사 결정이 개별 점주의 이익과 충돌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한국에서 일부 악덕 가맹본부로 인해 점주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긴 하다.
하지만 선한 의도로 포장된 개정안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다수의 단체가 나오더라도 이들과 모두 협의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점주 모임이 다수일 경우 협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점주들 의견은 제각각일 게 뻔하다. 간판, 광고, 신제품 프로모션 등 다양한 사안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협의해 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프랜차이즈업계는 다수 단체와 우선협상이나 전체협의 등의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국회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협의 대상도 모호하다. 가격·물류 등은 물론이고 가맹본부의 경영상 판단 영역까지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맹본부가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으면 시장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협동조합식 운영을 하라 말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가맹본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익단체인 외부 노동단체의 개입이다. 더본코리아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의 갈등이 예고편 격이었다. 지난달 11일 전가협이 백종원 대표 방송 방영을 반대하면서 벌인 기자회견 현장엔 정작 더본코리아 브랜드 점주 2명만 참석했다. 나머지 수십 명은 전가협, 참여연대 등 외부 단체였다. 대표성이 부족한 소수 점주 단체가 외부 단체와 결탁해 다수 점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프랜차이즈 역사가 긴 해외에서도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법으로 협의 의무를 규정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의 부작용이 더 크다는 걸 역사적으로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12개 주만이 점주와 본사 간 관계를 규정한다. 이 역시 점주 단체 구성을 방해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조항에 그친다. 선한 의도로 포장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단체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남용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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